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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Aug 05. 2020

나를 성장시키는 힘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요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못났다.

쳇바퀴 돌 듯 주어진 일만 겨우겨우 해나갈 뿐, 목표로 한 일은 생각만 하다 그치고 만다.

포근한 이불을 덮고 하얀 핸드폰 불빛 너머에 비친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나만 제자리걸음이고 모두들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는 것 같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 잠자리에 들어본 게 언제인가.

나도 목표를 향해 용맹하게 전진하는 이들처럼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삐죽 올라온다.


알고 있다.


내가 편안히 누워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감상하고 있을 이 시간조차도 누군가는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니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라는 것을.


늘 생각만 하다 꾸준히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비교하자니 마음이 따끔거린다.

나의 못남이 핸드폰에 비치는 것만 같아 핸드폰을 머리맡으로 밀쳐낸다.


한참을 뒤척이는데 머리가 뜨끈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에 손끝에 힘이 들어찬다.


그래. 달라지고 싶다면 나는 지금까지의 생활양식을 버려야 해.

그렇게 가만히 앉아 나의 부족함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 다시 계획이라는 걸 세워본다.



나는 열등감 덕분에 성장했다


아들러는 "우월성 추구도 열등감도 병이 아니라 건강하고 정상적인 노력과 성장을 하기 위한 자극이다"라고 말했네. 열등감도 제대로만 발현하면 노력과 성장의 촉진제가 되는 거지.
- 미움받을 용기 p.92


내가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우고, 책을 읽고, 성장을 위해 해 온 노력들은 나의 열등감에서 시작된 발로였다.

나의 부족함과 못남을 조금이라도 메우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오늘에 이르게 했다.

아들러의 말처럼 나의 내면에 자리한 열등감을 없애보고자 앞으로 나아가려고 종종거렸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건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하기보단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가열하게 채찍질을 했고, 그러다 제풀에 지쳐 쉬거나 움직임을 멈추기라도 하는 날에는 '나는 왜 다른 사람처럼 열심히 하지 못하나'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 자책하며 우두커니 앉아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다들 앞으로 쭉쭉 나아가고 있는데 나 혼자만 철저하게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괴로움에 몸부림치기를 여러 날이었다.



자기 수용과 긍정적 포기의 힘


이런 나에게 아들러는 자기 긍정이 아닌 자기 수용을 하라고 전했다.


자기 수용이란 '하지 못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뜻한다.

나의 객관적인 상태를 무시한 채 무조건 다 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거는, 그래서 실패하면 허무감을 일으키기도 하는 '자기 긍정'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기 수용을 하게 되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못한다고 질책할 이유도, 부족한 모습을 비관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저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모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찾게 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해서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하고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긍정적 포기) 부족함이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바꾸는 '용기'를 내는 것. 이 모든 것이 자기 수용이다.


책을 읽고 나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자기 수용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저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집에서 나온 순간, 그 자체가 이미 '여행'이네.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을 포함하여 모든 순간이 '여행'이야.
- 미움받을 용기 p.305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은 순간 나의 '여행'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100점짜리 사람은 없다. 누구나 저마다의 열등감을 안고 살아간다.

각자가 가진 열등감이 건전한 방식으로 세상에 발현될 때 우리는 성장하게 될 것이고, 나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아우르는 찰나들이 모여 한 편의 아름다운 성장 일기가 될 것이다.


나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다시 용기를 내본다.

하다가 그만두는 것에 실망하지 말고 매일 조금이라도 해내기 위해 노력하자.

내가 조금씩 해내는 그 순간들이 모두 모여 나의 여행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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