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밤의 시간표

정보라

by 이태림

챕터마다의 스포일러는 없으나, 전체 내용에 대해 대략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스포일러를 주의하세요.

스포일러가 싫다면, 책을 먼저 읽어보세요!






처음 '활자'로 된 귀신 이야기를 읽었다. 공포 소설이라고 칭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작가님이 사용하신 문구를 인용했다. '귀신 이야기'라고 해서 책을 읽고 괜히 무서워질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무섭기보다는 처연해지는 책이었다. 이런 감정을 잘 표현한 강화길 소설가의 추천의 말을 가져왔다.

정보라의 문장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 자체가 한 편의 괴담이 아닐까. 결말을 알 수 없는, 한없이 이어지는 스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소문. 아무래도 한동안 잠을 설칠 것 같다.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었다. 책을 읽고 난 뒤,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을 아주 명료하게 정리해 주었다.



사실 작가님의 ‘저주 토끼’라는 책을 빌리려고 하다 더 끌리는 책을 들었다. 저주 토끼 책은 이름과 표지가 너무 강렬해서 무서울 것 같은 두려움이 컸다고 해야 할까나. 다음으로 시도해 볼 책이다.


‘한밤의 시간표’라는 책은 ‘귀신’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너무 무섭지 않게 처연히 잘 풀어나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다 읽은 뒤, 보석 같은 작가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작가님이 머물고 있는 곳이 나의 고향과 같아 더욱 반가웠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그것도 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 있다니! 왠지 엄청난 내적 친밀감이 들었다.




책의 내용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해 보자면, ‘연구소’라는 신비한 공간에 201호, 303호 등 각 방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점이 나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이 연구소라는 공간에 대한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아 앞부분을 읽다가 몇 번을 돌아가 다시 읽었다. 읽을수록 ‘연구소’라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풀리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런 점에서 뒤로 갈수록 어떤 내용이 나올지 흥미로웠다.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귀신’을 다루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한을 풀어나가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있어 오싹하면서도 참으로 처연했다. 예상이 되는 내용도 있었지만, 예상이 되는 그 플로우가 재미있는 것이다. 요즘 인기 있었던 ‘F1 더무비’의 영화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F1 더무비 영화는 탑건 감독으로 모든 클리셰를 넣은 작품이다. 그런데 그 클리셰를 맛깔나게 넣었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바로 그 아는 맛에 보게 되는 그런 영화이다. 이 책의 몇 부분은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활자로 공포 이야기를 접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되었다. 심지어 공포 이야기를 유튜브로 자주 듣고 공포 영화 몰아보기도 좋아하는 나였지만 활자로 마주할 때의 느낌은 꽤나 다를 것 같았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지만, 공포물에 취약한 사람들에겐 추천하지 못할 것 같다. (아무래도 오싹한 느낌이 드는 대목들이 있기 때문에)


익숙하게 좋아하는 장르인 SF, 디스토피아, 스릴러, 추리에서 벗어나 처음 시도해 보는 장르였다. 무겁지 않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무서운 이야기를 적당히 좋아한다면 이 책도 재미있을 것이다.







아래는 책과 무관한 사담이 적혀있습니다 ~ 읽고 싶으시다면 읽어주세요.

책 내용만 원하셨다면 여기서 안녕히!




약간의 사담.. 근황..

7월 8월을 뛰어넘고 어쩌다 9월의 책을 적게 되었는데, 취업 준비로 바쁘기도 했지만 왠지 이왕이면 (그럴 수 없지만) 깊은 통찰을 담은 멋들어진 글을 적고 싶어 몇 번을 적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완벽하려고 하는 강박과 함께 바쁜 현생으로 미루고 미뤘다. 글쓰기의 권태기가 온 것일까. 왜 이렇게 글을 적는 게 힘든지 모르는 요즘이다. (나중에 보면 대부분의 글에서 글쓰기가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있을까 봐 걱정이다) 조금씩 글을 적고 있는데 언제 마무리가 되어 올라갈지는 모르겠다.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겠다. 그래도 9월은 하나라도 올리자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하나는 어떻게든 더 쓸 것 같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쓰기 싫은 것도 한 몫한다.


이사를 앞두고 있어 마음이 하는 것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몸은 피곤한데 바빠서 그런지 우울할 틈도 없었다. 우울하지 않으려고 바쁜 상황 속에 나를 밀어 넣으려 했다. 여러 번의 우울이 왔다가~ 갔다가 하길래, 러닝을 시작했다. 벌써 3개월 정도 지났다. 3개월이나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잘 뛰진 못한다. 2분에서 시작해서 최고 기록 7.5km 정도.. 50분 정도 끊기지 않고 달린 게 어딘가.. 마라톤 대회까지 앞두고 있는데 일주일간 달리기 연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여러모로 더 바쁘다. ‘해야 하는데!’라는 것들이 머릿속과 마음속에 너무 많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입맛도 밥맛도 없다. 조금 먹고 나면 밥맛이 뚝 떨어져 더 이상 먹기 싫어진다. 씹어 삼키는 과정이 왜 이렇게나 번거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집을 보러 다니느라 무리하게 돌아다녀서 그런지, 쌓인 피로가 축적되어 풀리지 않고 있다. 정말이지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고, 하루하루는 예측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오만 역경과 고난을 겪었으면서도 리셋이 되어 0이 된 기분이다. 다 해냈던 것들이고, 지나왔던 것들인데 유독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번이다. 어째 미국에서보다도 더 취약해진 몸과 마음이 되었는지 모를 따름이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즐거운 것들을 가까이하며 나아가고 있다. 그게 첫 번째로 책이고, 글쓰기이다. 책을 읽고 느끼는 기쁨과 감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자! 해서 적은 오늘의 독후감이다.


미뤄졌지만, 7월과 8월에 읽은 책도 정리해서 적을 예정.

곧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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