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칵테일, 러브, 좀비 외 2권

by 이태림

칵테일, 러브, 좀비

만조를 기다리며

초승달 엔딩 클럽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루에 모든 책을 읽어버렸다. 분량이 많지 않아 다 읽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쯤 되면 작가님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어떤 작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적어도 그 작가의 책을 3권 이상은 읽어야 한다고, 스스로 알 수 없는 규정을 정해놓았다. 그 규정에 부합하는 것일뿐 더러 신작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야 감히 좋아하는 작가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6월의 글도 독후감이라기보다는, 나의 일상과 곁들어 주절주절 적는 내용일 것이다. 언제쯤 독후감 다운 독후감을 올릴 수 있는 걸까 생각을 하면서, ’ 독후감의 정의는 글 쓰는 내가 하는 거지 어쩔 거야' 반항아 기질을 가지고서 올린다.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위의 목록과 같이 이번에도 조예은 작가님의 책을 읽었다. 한 번 빠지면, 같은 음식을 기본 2~3개월 주야장천 먹는 사람이다. 책도 한번 빠지고 나면 해당 작가님의 모든 책을 도장 깨듯이 읽어버린다. 그래서 또 조예은 작가님 책이라는 것이다. 소설책을 읽다가 느낀 점은, 내가 ‘타임리프’ 내용에 아주 환장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조각들이 절묘하게 맞춰지는 그 순간 느껴지는 쾌감을 잊을 수 없다. <칵테일, 러브, 좀비> 책에서 타임 리프 소재를 마주한 뒤, 이 책도 기록을 해야겠다는 강열한 감각으로 적고 있다. 저번과 같은 작가라서 적을 생각은 없었지만, 타임 리프 소재는 반칙이 아닌가.


짧지만, 길지도 않은 26년(만으로 따지면 24년밖에 안되었다고 주장한다) 동안 여전히 취향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게 힘들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특히 어떤 책을 좋아하냐는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이젠 스릴러, 추리, 타임리프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하고자 하는 말은, 26년 만에 나의 취향을 깨닫게 되어 기쁘다는 이야기이다. 취향을 찾아가는 하나의 매개체 중 하나가 '책'임을 알았다고 적는 것은 너무 진부한 내용일까? '취향'을 찾기 위해 책을 읽으라는 말은 조금.. 아니 많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로써, '여기에 이렇게 시간을 할애해도 되는 걸까? 아닌 것 같아! 뭔가 더 생산적인 책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며 애초에 책 읽는 것을 포기했던 사람이기에, 지금이라도 그 사치스러운 행위를 함으로써 나의 취향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다. 그동안 나를 거쳐갔던 무수히 많은 책들이 비로소 제 의미를 다하는 것 같다.






* 책에 관한 감상이 대부분입니다. 상세한 책의 내용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혹여나! 책을 읽고 난 뒤에 본다면, 더 흥미로울지도 몰라요?




칵테일, 러브, 좀비

총 4개의 단편선으로 구성된 아주 짧은 책이다. 책의 내용이 짧은 것도 있지만, 책의 크기도 실제로 작았다. 항상 온라인으로 책의 표지만 보다가, 실제 마주한 책은 생각보다 더 앙증맞은 크기에 왠지 애정이 갔다. 무겁지 않은 책이기에 한 손으로 보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다.


(1)초대 (2)습지의 사랑 (3)칵테일, 러브, 좀비 (4)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단편집이다 보니 줄거리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라도 설명한다면 그것이 스포일러가 돼버릴까 굉장히 조심스럽다. 앞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스포일러'를 정말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어느 정도냐면, 어떤 영화인지 줄거리를 찾아보는 것 마저도 싫어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관객들이 영화를 볼지 말지 선택하는 하나의 용도로써 활용되는 것이지만, 나의 세상에선 죽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가 내 취향이든, 아니든 일단 보고 난 후에 판단하는 것이다. 이 이상한 고집은 책에서도 똑같이 반영된다. 이런 성향을 가지고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책의 내용을 담는 것이 본래 독후감의 의미이지만, 그 안에 내용을 상세히 담는 것을 싫어한다니.


그럼에도, 그럼에도 가장 좋아하는 단편을 고르자면 '(4)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사실 '(1)초대'의 서늘한 내용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지만, 나의 취향을 한 스푼 넣어 고른다면 아무래도 (4). 언젠가 (4)와 같은 장편 소설을 출간하신다면, 책을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을 뒤로한 채 사버리고 마는 충동이 일어날 것이다.




만조를 기다리며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의 책이다. 책 표지는 실제 촉감이 느껴지는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이다. 구병모 작가님의 '파쇄'의 책 표지가 이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총 92권이나 되는 시리즈 작품인 것은 책을 읽고 난 뒤에 알았다. 그리하여 목표가 생겼다. 위픽 시리즈를 다 읽어버리고 말겠다는 그런 목표. 단편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세계문학전집과 같이 단편을 모아놓은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감이란! 흔히 생각하는 매끈한 책의 표지가 아닌, 촉감이 느껴지는 표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단색이 소설을 더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칠흑과 같은 검은색이 깊고 진득한 풍경을 그려주는데 일조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고 계획 중인 사람들에겐 꼭 종이책으로 촉감을 느껴보며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조예은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은 사실을 눈앞의 활자로 마주한 뒤, 잠깐의 망연자실과 함께, 습기에 젖어 눅눅해진 민트향 캔디의 감각을 주곤 홀연히 사라진다. 그렇다, 이 책은 눅눅한 민트향 캔디 같다. 굉장한 상쾌감을 가져다 주진 않지만, 민트를 먹었다는 약간의 감각이 혀 끝에 아련히 남아있는 그런 느낌. 상쾌하지만 상쾌하지 않은 그런. 그 눅눅함과 습함이 자꾸만, 책의 촉감과 함께 아른거린다.




초승달 엔딩 클럽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10대 주인공이 등장한다. 너무 어린 주인공의 나이에 조금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좀 더 성숙한 내용을 기대하며 주인공이 적어도 20-30대이길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10대라고 해서 깊이가 얕은 것이 아니란 것을, 그 시절 나를 떠올리며 깨닫는다.


이 책은 마지막 작가의 말로써 완성되는 책이다. 공감하며 읽어갔던 모든 내용들이 작가님이 의도한 사실이라는 것이 그저 기쁠 뿐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만약에 중학교/고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과 같은 소리에 나의 답은 한순간도 변한 적이 없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청소년기는 '나'라는 자아가 형성되기 전, 정말 혼돈 그 자체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싫어하는 것은, 내 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든 것들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불확실함과 차원이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것들이었다. 그 순간들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는 일은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운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그 시절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시간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 시절 불안정했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단순히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치부해 버릴 순 없겠다. 나의 십 대는 그러했다. 몰랐고, 서툴렀고,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과거의 10대였던 나를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빗대보면서 동시에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그럼에도 너희들은 너무 젊고 아깝고.. 또 빛나는 것 같아"







지금도 여전히 조예은 작가님의 '시프트' 첫 글자를 뗀 직후이다. 추리/스릴러 소설을 읽으며 흔히 보는 구조로 시작된다. 이런 구조로 시작되는 작가님의 책은 또 어떨까 기대를 하며 읽고 있다. 7월은 어떤 책이 적힐지 모르겠으나, 일단 지금의 나는 또 조예은 작가님 책을 읽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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