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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Nov 15. 2020

다시, 귀마개를 샀다.

<너무 신경써더니 지친다>를 읽고


http://www.yes24.com/Product/Goods/91574120

오늘은 아이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을 다녀왔다.

작년까지 같이 근무하고, 올해같이 휴직한 직장동료와 그의 아이를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귀마개를 샀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귀마개를 귀에 꽂았다.


내가 참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예민한 사람) 한 사람이었음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알게 모르게, 나를 지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 침실은 암막 커튼이 있고, 항상 여행을 갈 때는 수면 안대를 챙겨 갔었다. 내가 이런 부분에 예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는 방법을 찾아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시각
-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도수를 낮춘다.
- 선글라스를 쓴다.                                  
- 도수가 없는 안경을 쓴다.                    
- 테가 굵은 안경을 쓰고  "이것만 보면 돼"라며  보는 범위를 한정한다.                  
청각
- 소음방지 이어폰을 낀다.
- 귀마개를 한다.
- 이어폰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듣는다.
촉각
- 피부 노출을 줄인다.
- 편안한 소재를 골라 피부를 덮는다.
- 밝은 색 옷을 걸친다.
후각
- 마스크를 쓴다.
- 좋아하는 향이 나는 핸드크림이나 향수, 헤어왁스를 바른다.
- 아로마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미각
- 자극이 강한 음식을 피한다.                 책 P 62-67



 나는 천성인지, 중간 딸로 살아온 삶의 역사로 인한 것인지 항상 촉이 서 있었다.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아왔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살피고, 다른 사람의 변화를 잘 파악했다. 나에게는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심기를 살폈고, 크고 작은 일은 모두 챙기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모두 살피고 살다 보니 너무 지쳤다. 반대로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저자는 마음의 깊이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상대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마음의 깊이 차이라고 했다. 키가 크고 작은 것과 같기에 말이 통하지 않아 고독을 느낀다면 자신과 같은 깊이를 가진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서라고 이야기한다.


 '섬세한 친구'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SNS를 통해 자신을 선전하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생각한 것', '느낀 것'을 올리라고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가치관이 맞고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이 있을 곳을 자기 안에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만든 '가치가자' 그런 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기부터 시작해서 13기가 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어떻게 보면 내가 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서 좀 버겁기도 한 것이, 내가 힘들었나 보다.


하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해보련다.


나의 섬세함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내의 장기를 살리면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 가치가자를 운영하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을 덮으면서 확고해졌다.


나의 섬세함을 예민함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결혼하기 전, 그러니깐 내가 고3 담임을 처음 했을 때 집중할 때 3M 귀마개를 썼다. 특히  문제를 풀 때는 집중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더욱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 내 옆자리 동료는 그 모습이 자신과 대화를 단절하는 모습으로 보였나 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는 귀마개를 쓰지 않았다. 그 상황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옆의 동료에게 내가 상처를 줬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었고, 그 사람의 감정이었다. 내가 집중을 하기 위해 귀마개를 꽂고 나의 일에 집중을 해도 되는 일인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타인의 감정은 그냥 내버려 두련다. 내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려고, 소외감을 주려고 한 행동이 아니었으면 된 것이니깐,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3M 귀마개를 샀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귀에 꽂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소리에 민감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제 나는 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섬세한 사람들에게 공통된 '5가지 힘' 느끼는 힘, 생각하는 힘, 음미하는 힘, 양심의 힘, 직감의 힘을 토대로 마음 깊이가 깊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나와 함께 마음 깊이를 나누어주는 그대들이 있어 참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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