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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이 Feb 11. 2023

나는 대학병원 간호사를 그만뒀다.

대학병원을 그만두면 인생의 패배자일까.

나는 간호학과를 나왔다.



꽤나 괜찮은 학점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갈 수 있는 병원의 폭도 넓었다.

그중 한 개의 병원을 선택했고, 그것이 나의 미래의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생각하지 못했다.

입사한 병동에는 중간연차가 한 명도 없고 거의 1~2년 차, 10~11년 차로 분류되었다.

왜 중간연차가 한 명도 없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알겠다.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간호사 태움 문제들.

나는 엄청난 태움을 당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톡 쏘는 말로 몇 마디씩 했던 선생님들도 어쩌면 아예 나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치가 떨리네)

하지만 아직도 그때 출근하던 당시의 나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병원에 출근하기 싫었다. 가슴이 너무 뛰어서 숨을 못 쉴 거 같았고, 차에 뛰어들고 싶었다.

사고가 나면 출근을 안 해도 되니까. 아주 위험한 생각이었다.


두 달 차 됐을 무렵, 독립을 해야 하는데 내가 독립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4년 동안 배운 거고 나발이고 그냥 내가 살아야겠다고, 편의점 알바를 해도 이거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만뒀다. 남들은 일 년만 버텨라, 경력만 쌓고 나와라 했다. 두 달도 지옥 같았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 년을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한 올드선생님이 계속 마스크를 끼고 있는 나를 보고는

"마스크를 왜 계속 끼고 있냐, 환자들이 마스크 계속 끼고 있는 널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냐, 환자들이 담당 간호사 얼굴도 모르겠다. 담당교수가 그렇게 가르쳤냐, 내가 직접 물어봐야겠다" 등 굉장히 순화해서 말을 썼지만 거의 폭언을 했었다.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10분 넘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있던 내가 생각난다.

마스크를 쓴 게 무슨 잘못이라고. 대체 나는 내가 왜 혼나는 건지 이유도 모르고 서있었다.


간호사란 직업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엄격한 질서가 요구되는 직업이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할까. 당하는 사람은 피눈물이 나는 법이다. 그냥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그 선생님은 본인이 한 실수에는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다며 하하 호호 넘어가겠지.

남들에게 상처 준 만큼 본인도 꼭 돌려받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그 선생님 이름을 기억한다.

 

지금은 조그만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너무 만족하고 있다. 선생님들도 너무 좋고, 일도 너무 수월하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방광염을 달고 살고, 밥 먹을 시간. 물먹을 시간조차 없는.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그런 곳에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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