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병원 간호사를 그만뒀다 -2
네 성적에 요양병원 간호사는 아깝다.
나는 지금 요양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편의점 알바를 하겠다는 다짐과는 다르게 배운 것이 이쪽이라 그래도 이 일을 하고 있다.
자대병원이 있는, 그래도 입결이 높은 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와서 간호사들의 종착지라 말하는 요양병원 간호사라니.
나 말고 다른 선생님들은 다 40~60대이다. 퇴직하시고 오신 분, 유휴간호사등.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정착하는 곳이 요양병원이다.
나는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네 성적에 요양병원은 아깝다. 자기계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다시 대학병원을 가는 것은 어떠냐. 공기업을 가라. 공단을 준비해라. 언제까지 그 병원을 다닐 수 있을 것 같냐. 주변의 말들이 너무 많다.
사실 처음 대학병원에 입사했을 때 남다른 자부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무슨 일해? 간호사야. 어디서 일해? OO대학병원...
그 단어에서 오는 자신감과 소속감이 있었다.
부모님도 친구분들에게 딸이 어디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하나의 자랑거리셨던 것 같다. 2개월도 채 못 다녔지만... 그만둔다고 했을 때 말리지는 않으셨지만 흔쾌히 그만두라고 하지 않으셨다. 지금도 넌지시 다른 곳을 가라고 말하기도 하신다.
아직까지 대학병원을 잘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지옥 같은 곳에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그 당시에 내가 조금 더 괜찮은 병원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면 이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나랑 비슷하게 병원을 그만둔 친구에게 간호부장이라는 작자가 "이렇게 쉽게 그만둘 거면 왜 들어왔냐, 네가 들어와서 다른 한 명은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잃었는데 이렇게 쉽게 그만둬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냐"라고 했단다.
그 병원 사람들은 말을 해도 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 말들을 버티면서 일할 필요가 없다. 나만 곪아서 터져 죽는다.
버티고 버텨가며 다니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만둬도 된다. 또 그렇게 살아진다.라고
그만둬도 패배자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