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명령이 의미하는 것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죄라 함은, 사회/도덕적인 규범을 어긴 악한 행위 정도로 설명될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 범죄의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벌을 내리거나 그를 범죄자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성경에서의 죄의 개념은 이것과 다르다. 이 세상의 법은 악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긴 결과로 인하여 죄의 대가를 치르나, 성경이 말하는 죄는 그 생각을 가진 것 조차부터도 죄라 한다.
마태복음 5:28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요한1서 3:15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 살인하는 자마다 영생이 그 속에 거하지 아니하는 것을 너희가 아는 바라
골로새서 3:5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
위 말씀들은, 우리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생각이 하나님 보시기에 이미 악하다는 사실을 증거 한다. 이 세상의 법은 누구를 미워한다고 법정에 서게 하거나 탐심을 가졌다고 죄를 지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성경에서 정하는 죄는, 실제 행동으로 저질러야만 죄로 인정되는, 세상에서 정한 죄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다. 성경은 왜 사람의 행동뿐 아니라 생각과 마음까지도 죄라고 할까?
예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당시 예수 그리스도를 적대시하던 바리새인들 및 서기관들은 이를 비판했다(마가복음 7장, 마태복음 15장). 그들의 지적은 단순히 위생적인 문제가 아닌, 유대교 율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다. 예수님은 음식을 먹기 전 손을 씻는 그들의 전통이 하나님 말씀과는 관계 없는, '사람의 전통/계명'이라고 하시며,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신다.
마가복음 7:20-23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태복음 15:18-20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
인간이 더럽다고 여기는 것과 하나님의 기준이 다르다. 인간은 자기에게 들어오는 것에 대해 더러움의 여부를 판단하나, 하나님은 인간에게서 나오는 더러움을 보신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들이 더럽게 한다는 것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생각과 마음부터 이미 더럽다는 뜻이다. 행동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이미 마음으로 죄악 된 생각을 품었기 때문이고, 마음으로 죄악 된 생각을 품는 것은 인간 속에 모두 내재되어 있는 본성이다. 그리고 이 본성은 창조주 하나님은 이미 인간을 처음 만드실 때부터 인간에게 넣으심으로, 죄에 갇혀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로 만드셨다(갈라디아서 3:22).
열심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생각과 마음으로라도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교회당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생각과 마음을 통제하게 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죄악 된 생각이 들 때마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게 한다든지, 자백 기도를 하게 한다든지 등, 죄를 짓지 않으려는 신앙 훈련을 강조한다. 이를 열심히 하다 보면 죄에서 멀어진 것 같고 이전보다 죄를 덜 짓는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신앙적으로 성숙해 보이고 참된 그리스도인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간증도 한다.
이전에는 마음속으로도 이러저러한 죄를 지었었는데, 신앙 훈련을 해서 마음속으로 죄를 덜 짓게 됐어요.
그러나 어떠한 신앙적 훈련을 통해서라도 생각과 마음으로 짓는 죄를 완전히 벗어나게 할 수 없다. 애초에 이와 같은 류의 훈련들을 통해,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거나 이 사회를 사람 살기에 보다 나은 사회로 보이게 하는데 효과 있을지는 몰라도, 이를 통해 죄를 아예 벗어날 수 없다. 죄를 '덜 짓는'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의롭다 칭함 받을 수 없다. 처음부터 죄 가운데 갇힌 인간이 죄를 덜 짓는다고 죄인이 아닌 것이 아니다. 이러한 훈련들은 보기에는 좋으나, 하나님께서 가두어놓으신 죄와 불순종의 감옥을 인간의 힘으로 애써 탈옥하려는 시도이다. 하나님의 눈에 죄인은 다 같은 죄인이다. 그리고 이 죄의 대가는 사망이다(로마서 6:23). 그리스도인은 죄를 덜 지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만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에, 완벽하게 순종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무후무하다. 그렇다면 애초에 완벽하게 순종하라고 성경 말씀이 주어진 것이 아니다.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최대한 순종하면서 살라고 주어진 것도 아니다. 성경의 명령은 인간이 지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성경은 이 수준 높은 명령을 통해, 모든 사람이 죄를 범했다고 한다(로마서 3:23).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불순종 가운데 가두어놓으셨다. 한마디로, 하나님은 인간을 불순종하는 존재들로 만드시고는 아무도 지킬 수 없는 명령을 하는 것이다.
로마서 11:32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
성경의 명령이 수준 높은 이유는, 모든 인간이 예외 없이 높은 수준의 말씀에 의해 전부 불순종한 자로 해당돼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 높은 수준의 법에 의해 한 사람도 남김없이 죄인으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죄인으로 낙인찍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수준에는 예외가 없다. 모든 육체(사람)는 지엄한 하나님의 명령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죄'는 성경에서 하나님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든 인간이 수준 높은 하나님 말씀에 완벽하게 순종하지 못하고 하나님 수준에 미달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죄인으로 만드시고는 왜 이렇게까지 죄인이라 하시는가? 위 말씀 뒷부분에 그 이유가 나온다.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기 위함"이다. 애초에 인간을 죄와 불순종에 갇힌 존재들로 만드신 이유가, 긍휼을 베푸시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즉, 죄의 처음도 하나님으로부터 왔고(죄의 기원), 죄의 해결도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다. 혹자는 이를 '병 주고 약 주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은 피조물에게 하나님 자신을 알게 하시려 자기 뜻대로 '병'도 주시고 '약'도 주신다.
에스겔 17:24
들의 모든 나무가 나 여호와는 높은 나무를 낮추고 낮은 나무를 높이며 푸른 나무를 말리고 마른 나무를 무성하게 하는 줄 알리라 나 여호와는 말하고 이루느니라 하라
로마서 9:18-21
그런즉 하나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하고자 하시는 자를 완악하게 하시느니라 혹 네가 내게 말하기를 그러면 하나님이 어찌하여 허물하시느냐 누가 그 뜻을 대적하느냐 하리니 이 사람아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나님께 반문하느냐 지음을 받은 물건이 지은 자에게 어찌 나를 이같이 만들었느냐 말하겠느냐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느냐
수준 높은 성경의 명령들은 우리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한다.
모든 사람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죄인으로 지음 받았다(로마서 3:10-23).
죄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만이 해결할 수 있다(요한복음 1:29).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로 성취된다(요한2서 1:3).
#그리스도인 #죄 #불순종 #생각 #마음 #긍휼 #은혜 #인간 #예수그리스도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