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멋진 댕댕이. #5

결석전문견과 혀르가즘 -호동이 편-

by winterand

오늘은 저희 집 막내 호동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호동이는 이름과 얼굴이 가장 안 어울리는 아이입니다.

순돌이가 순하게 생기고, 봉구가 조금 봉하게 생겼다면 호동이는 상당한 동안입니다. 그리고 호하게 생기는 경우란 생각하기 어려우니까요.


평화로운 어느 오후였습니다. 어디선가 폭포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척, 척, 척, 척, 척, 척~'

"잉? 누가 또 어따 오줌 싸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쓸 법한 커다란 두루마리 휴지를 가지고 달려갑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소변에서 붉은색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깜짝 놀라 누가 싼 건지 확인해 봅니다.

순돌이와 봉구는 뽀송뽀송한데 호동이의 거시기만 흥건히 젖어 있습니다.


역시, 또 병원을 향합니다.

"선생님, 호동이 소변에서 살짝 피가 보여요."

"네, 검사 한 번 해보죠."

호동이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합니다.

"호동이 결석이네요."

"예?"

"결석이 잘 생기는 견종이에요. 그래도 방광에 생긴 거라 다행이에요. 요도에 생기면 치료가 더 어렵거든요."

처방식과 약물치료로 결석을 녹이는 방법과 외과수술적인 처치가 있는데 어떻게 할 건지 저에게 묻습니다.

"약물치료가 잘 되나요? 수술은 마취해야 해서 좀 꺼려지긴 하는데요."

"확실한 건 수술이고요, 약물 치료는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당장 급하진 않으니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예, 선생님."


집에 돌아와 강아지 결석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서 찾아봅니다.

그러다 제 눈에 들어온 한 가지 내용, '강아지가 결석이 있으면 통증이 상당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강아지는 표현을 못하다 보니 결석이 있어도 그냥 지내긴 하는데 사실은 상당한 고통을 참고 있는 거예요.'

'헉.'

"호동아, 많이 아팠어?"

갑자기 우리 호동이가 애잔해집니다.

"그냥, 수술할까?"

결석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평소 가던 동네 병원에서도 가능했습니다.

예약을 하고 병원에 방문하고 마취에 대한 여러 검사들을 하고 수술을 진행합니다.


몇 시간 후,

"호동이 수술 잘 끝났습니다. 데리러 오시면 돼요."

호동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호동이를 내려놓으니 순돌이와 봉구가 하이에나처럼 달려듭니다.

'으르렁~'

"어?"

그런데 호동이의 반응이 평소와 다릅니다.

'안강강가가가~'

이빨을 내밀고 형들을 위협합니다.

그 소리가 전 이렇게 들렸습니다.

'나 아프다, 가까이 오지 마라.'

ㅋㅋㅋ, 부어서 뽈록해진 아랫배에 꿰맨 자국을 내밀면서 얼마나 사납게 짖던지요.

그렇게 호동이의 결석은 잘 치료되었습니다.


또 세월이 지나갑니다.

'척, 척, 척, 척, 척, 척~'

"잉? 누가 또 어따 오줌 싸냐?"

휴지 들고 달려갑니다.

붉은 혈흔,

또 호동이의 거시기만 흥건히 젖어 있습니다.


네, 호동이의 결석이 재발했습니다.

다시 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척, 척, 척, 척, 척, 척~'

"잉? 누가 또 어따 오줌 싸냐?"

호동이는 점점 결석전문견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검사를 받아보니 방광뿐 아니라 요도에도 결석이 있다더군요.

이럴 경우, 방광에서 요도 쪽으로 물을 쏴서 결석을 빼내는데, 잘 빠지만 다행이지만 잘 안 빠지는 경우엔 골치 아프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걱정을 하며, 호동이의 세 번째 수술을 진행합니다.

다행히 호동이의 결석은 잘 빠져서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호동이는 어디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딘가에 누우면 가장 먼저 호동이가 달려와 제 가슴 위에 눕습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며 전 호동이의 능력(?)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하루는 호동이가 자기 집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거실소파와 호동이 집 사이에는 부엌벽이 있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아주 세밀한 움직임으로 소리가 나지 않게 소파로 올라갔습니다.(돌소파라 앉을 때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정말 조심조심 올라가서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고 기척조차 없었습니다.

댕댕이들 누구도 귀를 쫑긋 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더 천천히 소리를 죽이며 누웠습니다.

'ㅋㅋ, 호동이 녀석 내가 누웠는지 모르겠지.'

이러고 있는데 '우다다다닥~'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면서, 호동이가 펄쩍 뛰어올라 제 배에 눕습니다.

"호동아, 삼촌이 소리 하나도 안 나게 누웠는데 어떻게 알고 왔어?"

언제나 그랬습니다.

고요한 정적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는 움직임으로 소파에 누워도,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어찌 알았는지 우리 호동이는 달려옵니다.

댕댕이들의 청각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을 테니, 이것은 호동이의 육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교감이 있는 것일까요?

우리 호동이가 제 배 위에 눕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


'찹, 찹, 찹, 찹~~~'

"그만."

'찹, 찹, 찹, 찹, 찹, 찹~~~'

"호동아, 그만하라 했다."

'찹, 찹, 찹, 찹~~~'

"이리 와, 이리 와."

제가 손바닥을 내밀면서 달려가야만 호동이는 도망갑니다.

호동이가 뭘 했나고요? 복돌이의 귀를 핥고 있었습니다.

'찹, 찹, 찹~'

이번엔 복순이의 귀고요.

"이리 와, 이리 와."

'찹, 찹, 찹~'

순돌이의 귀.

"이리 와."

'찹, 찹, 찹~'

봉구의 귀입니다.

"이리 와."


호동이는 귀 핥기에 엄청난 집착을 보입니다.

"선생님, 호동이가 아이들 귀를 너무 핥는데 괜찮나요?"

"예, 괜찮습니다."

그러나 정도가 심했던 걸까요? 자꾸 아이들 귀에 염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못 핥게는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댕댕이 가족을 못 핥게 하면 제 귀를 핥을 정도니까요.

그러다 보니 단련이 되었는지 우리 호동이가 절 핥아 줄 때는 다른 댕댕이와는 다른 엄청난 혀 힘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못 핥게 해도 말을 듣지 않는 호동이를 보며 전 생각 끝에 결론을 내립니다.

저건, 댕댕이 가족들을 위해서 핥는 게 아니다.

호동이 놈, 지가 좋기 때문에 핥는 게 분명하다.

그래, 호동이 저 놈은 혀르가즘을 느끼는 거다.

라고 말이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 댕댕이 가족들은 모두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좀 더 자고 일어나서 밥 먹자 인석들아."


# 다음은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럼, 다음 글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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