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멋진 댕댕이. #4

다시 세상을 보다. -봉구 편-

by winterand

"아고, 이뻐라. 얜 이름이 뭐예요?"


봉구가 췌장염에 걸려 병원에 갔을 때, 한 보호자가 물었습니다.


"예, 봉구요."


"어머, 이름 완전 잘 지으셨네요. 진짜 봉구처럼 생겼어요."


칭찬인지 놀림인지 모를 그 말에, 저도 완전히 공감할 정도로 우리 봉구는 이름과 생김새가 잘 어울리는 댕댕입니다.

삼 형제 중 둘째인 봉구는 다른 댕댕이 가족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가일 때부터 저를 좀 무서워했다는 건데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봉구에게 소리를 지른 적도, 때리려고 시늉을 한 적도, 예뻐해주지 않은 것도 아니기에 좀 억울하기도 합니다.

다른 형제들보다 가장 적게 꼬리를 흔들고, 함께 달려와도 가장 먼저 떠나고, 다른 식구들에게는 안 그러는데 저한테만 그러더군요.

하지만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언제나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주고 똑같이 예뻐할 뿐이었지요.

그러다, 봉구와 제 관계에 변화가 찾아 올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쉬던 날, 잠시 외출을 했습니다.

30분~1시간 사이로 짧은 외출이었지요.

일을 마친 후, 차를 몰고 집으로 갑니다.

집에 가까이 갈수록 저희 집 거실창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아차!!'


거실창문이 열려 있고 방충창이 떨어져 나갔더군요.

심장이 철렁합니다.

저희 집은 주택이고 담이 없기에 아이들만 내보내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으니까요.

제가 외출할 때 실수로 거실창문을 닫지 않고 방충창만 닫은 채로 나간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방충창을 밀어 떼어내고 모두 탈출을 한 것 같았습니다.

급히 마당에 차를 세우고 달려갑니다.

집안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섯 댕댕이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전 "복돌아." 하고 간절히 외치며 뛰쳐나갑니다.

그랬더니 집 뒤편에서 우리 복돌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뛰어옵니다.

얼른 복돌이를 집에 넣은 후 다른 아이들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복순아, 순돌아, 봉구야, 호동아."


그랬더니~

옆집 마당에서 순돌이가 해맑은 얼굴로 뛰어 옵니다. 호동이는 건너편 집에서 뛰어옵니다. 그리고 복순이는 뭘 했는지 온몸에 민들레씨를 붙이고 마당 구석에서 다가옵니다.

오는 순서대로 아이들을 집에 넣고 전 다시 뛰쳐나와 봉구를 부릅니다.

동네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봉구야, 봉구야"


하고 애타게 불러보지만 우리 봉구는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봉구야." 하며 있는 힘껏 외쳐 봅니다.


'머어어어 엉'


어디선가 댕댕이 짖는 소리가 메아리쳐 들립니다.


"봉구야."


'멍멍~~~'


작지만 분명 제 부름에 대답하는 소립니다.


'봉구야', '멍'.

'봉구야', '멍'.


전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뛰어갑니다.


'봉구야', '멍'.


계속 봉구를 부르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뛰어가니 웬 커다란 하수구 구멍이 하나 나옵니다.

그리고 우리 봉구는 그곳에 빠진 채, 제 목소리를 듣고는 열심히 짖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휴."


정말 십년감수했습니다.

버려진 하수구 구멍에 빠진 우리 봉구를 찾았습니다.


"안 다쳤어. 봉구야?"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오래된 구멍인데 깊이가 상당합니다.

전 거침없이 그 구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봉구를 안아서 먼저 밖으로 내보내고 저도 나옵니다.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펴보니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그런데요, 집에 가려고 제가 봉구를 다시 안아 들었을 때, 저를 보는 봉구의 눈빛이 뭔가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분명 그것은 신뢰의 눈빛이었습니다.

흠, 그러면 봉구는 지금까지 제가 좀 못 미더웠을까요?

아무튼 이 사건 이후, 절 대하는 봉구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순돌이와 호동이보다 더 살갑게 구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우리 봉구는 한 때 상당한 비만견이었습니다.

댕댕이 가족의 평균 몸무게가 8~9kg인 것을 감안할 때, 13kg 가까이 나갔던 봉구는 확실히 비만이었습니다.

어느 날,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찹, 찹, 찹, 찹~'


누군가 물 마시는 소리에 고개를 빼꼼히 들어보니 봉구가 물을 먹고 있었습니다.


'찹, 찹, 찹, 찹~~~~~~~~~'


"어이구, 우리 봉구 물 많이 먹네."


'찹, 찹, 찹, 찹, 찹, 찹, 찹, 찹, 찹~~~~~~~~~~~~~~~~~~~~~~~~~~~~~~~~~~~~~~~~'


물 마시는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어? 봉구야 왜 이렇게 물을 많이 먹어."


무언가 이상한 감이 왔습니다.

바로 병원에 전화해 물어보니 아이를 데리고 나와보랍니다.


"봉구, 당뇨네요."


"예?"


복돌이가 쓰러지고, 순돌이가 경련을 하고, 봉구가 당뇨에 걸리고.

자책감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의외로 당뇨견들이 많아요. 혈당관리 잘해주면 크게 문제는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날부터 봉구는 인슐린을 맞기 시작했습니다.

사료도 당뇨처방식으로 바꾸고, 시중에서 파는 간식들은 모두 버렸습니다.

대신, 혈당이 오르지 않는 여러 채소들을 삶고 갈아서 수제 간식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봉구의 살이 빠지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봉구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봉구야! 너 눈이 왜 이렇게 하얘?"


또 병원을 찾습니다.


"급성백내장이 왔네요. 당뇨가 오면 비교적 높은 확률로 백내장도 오거든요. 눈은 하얘지지만 보이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그러니 우선은 집에서 잘 관찰해 보시고요. 봉구가 잘 안 보이는 것 같으면 다시 오세요."


백내장을 늦춰 준다는 안약 몇 가지를 받아서 집이 옵니다.

제발 봉구의 시력이 상실되지 않길 바라며 처방대로 안약을 넣고 혈당이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쿵.'


봉구가 식탁 다리에 머리를 찧습니다.


'킁, 킁'


봉구가 눈앞에 떨어져 있는 간식을 찾지 못합니다.

더 이상 지켜볼 필요 없이, 봉구는 확실히 시력을 잃어갑니다.


"무섭고, 답답하지. 봉구야."


병원에 문의해 백내장 수술을 잘한다는 2차 병원을 소개받습니다.

댕댕이 백내장 수술만 100회 넘게 하신 선생님이 있다는 곳이었습니다.

그 선생님께 예약을 하고 봉구를 데려갑니다.

봉구는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기 바로 전 단계라고 하더군요.


"조금 늦었으면 수술도 힘들었을 겁니다."


봉구가 당뇨 진단을 받고 일주일이 넘어가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수술하면 다시 잘 보일까요?"


"네, 수술하고 관리만 잘하면 시력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수술날짜를 잡고 예약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봉구는 많은 사전 검사 끝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는 입원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한 번도 그렇게 오래 떨어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동영상 찍어서 매일 보내드릴게요. 보호자분 자주 오시면 아이가 흥분할 수도 있으니까 될 수 있으면 오시지 말고요."


하~, 그때는 정말 마음이 답답하고, 또 얼마나 초조하던지요.

결국 봉구의 수술이 잘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봉구의 퇴원 날, 아침 일찍 준비해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간호사가 봉구를 안고 나옵니다.

그때, 봉구와 제 눈이 마주쳤습니다.


맑은 눈, 저를 보는 또렷한 초점.


"멍, 멍."


멀리서 저를 보고는 우리 봉구가 짖기 시작했습니다.

간호사의 품에서 몸부림을 칩니다.


"봉구야."


간호사가 바닥에 내려주자 봉구는 정확히 저를 향해 달려와 안겼습니다.


"아구 우리 봉구 고생했어, 고생했어. 삼촌 보여 봉구야."


"멍, 멍"


우리 봉구는 순돌이처럼 울지 않았습니다. 그저 힘차게 짖을 뿐입니다.


"삼촌이 버린 줄 알고 걱정했어? 에구 이제 집에 가자. 엄마 아빠랑 순돌이 형아랑, 호동이가 기다려"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참기 위해 애쓰며 봉구의 맑아진 두 눈을 한참이나 들여다봅니다.


"한 6개월은 매주 나오셔서 봉구 눈 검사해야 해요, 안약도 넣어야 하고요."


"예, 선생님. 고맙습니다."


봉구를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으르렁."


하이에나 떼들이 달려들어 으르렁 거립니다.

우리 봉구는 4:1로도 쫄지 않고 맞서 짖어줍니다.


"멍, 멍"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병원까지, 매주 방문해 봉구의 눈 검사를 합니다.


"좋아요. 시력도 좋고, 아직은 염증이 생기기 쉬우니까 안약은 꼬박꼬박 잘 챙기시고요."


지금 봉구는 맑은 눈으로 다시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7kg 정도까지 빠졌던 살은 다시 쪄서 지금은 9kg 정도 나갑니다.

아프고 아파도 우리 봉구의 식탐은 전혀 줄지 않았거든요.


다섯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힘든 일들도 많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던가요.

괜찮습니다. 몸조차 가누기 힘든 바람이 불어도, 제가 버티면 그만인 것을요.

전 이 녀석들의 형이자 오빠, 그리고 삼촌이니까요. ^^


다음엔 '나의 멋진 댕댕이' 마지막 편인 막내 호동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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