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듬직한 맏이. -순돌이 편-
수니에 대한 또리의 괴롭힘(과한 애정표현)은 쉬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수니는 매일 같이 비명을 지르면서도 '댕청댕청'하며 또리와 놀아주고 또리가 잘 때면 또 얼굴을 핥아 줍니다.
점점 서로 간에 정이 들어가는 걸까요?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앗'
어느 날, 두 아이를 자세히 보니 수니의 덩치가 또리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은 날이 왔습니다.
그때부터 슬슬 또리의 업어치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성공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되치기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일에 황당함을 느끼면서 우리 또리는 점점 차분해지기 시작합니다.
"어! 수니야 너 뱃살이 엄청 쪘다."
네, 저는 수니가 살이 찐 줄 알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불러가는 수니의 배를 보며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
우리 또리와 수니의 사랑의 결실들이 아름다운 봉오리가 되어 수니 안에 움트고 있었습니다.
벅찬 가슴을 진정하기 어려웠지요.
또 한편으로는 '아니 또리 이 녀석이 도대체 언제?'라는 의문이 가슴속을 헤집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견한 녀석 같으니.'
강아지에게 좋다는 것들을 사다가 수니를 지극 정성으로 먹였습니다.
골통이었던 우리 또리가 어느새 아빠가 되고, 괴롭힘에 울부짖던 수니가 엄마가 된다는 것이,
참 고맙고도 신기했지요.
드디어 출산 날.
우리 수니는 집에서 아주 건강한 6남매를 낳았습니다.
막을 벗기고, 양수를 빼내고, 탯줄을 묶어주고, 네, 병원 의사 선생님이 아닌 제 손으로 아가들을 직접 받았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게 세상을 만난 여섯 아이 중, 가장 크고 가장 늠름하게 생긴 녀석이 첫째, 맏이, 바로 순돌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전 천천히 아이들을 입양 보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를 다 제가 돌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다행일까요? 주변의 지인분들 중, 아주 좋은 분들이 입양에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한 분이 여아와 남아, 두 아이를 입양해 가셨고 또 다른 한 분이 남아 한 아이를 입양해 가셨습니다. (세 아이들은 지금도 모두 건강하게 주인 분들께 사랑받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삼 형제가 남게 되었습니다. 순돌이, 봉구, 호동이.
아이들이 점점 커갑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합니다. (그럴 땐 항상 또리가 등장해 아이들의 주둥이를 물며 훈육을 시키더군요.)
그러다, 이 녀석들이 아빠와 함께 사고를 치기 시작합니다.
초기 또리의 재림이랄까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분신술이라도 쓴 건지 아가 때의 또리와 꼭 같은 행동을 하는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런데요, 그러면서 드는 정이 더 깊고 아픈 걸까요? 이 개구쟁이 삼 형제를 어딘가로 보낼 자신이 점점 없어집니다.
하루는 집에 돌아오니 이 녀석들의 온몸이 파랗습니다. (외계견인 줄 알았습니다.)
'뭐야?'
저는 서둘러 원인을 찾아봅니다. 서랍장의 제일 밑 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끄집어내진 변기클리너 한 통이 뜯어져 있고 내용물은 이미 사라져 있었습니다.
'헉!!!'
'큰일이다.'
원인이고 뭐고 아이들이 그걸 먹었으면 큰일이란 생각에 부랴부랴 병원에 갈 준비를 합니다.
그때, '우~~ 웩', '우~~ 웩' 순돌이가 엄청난 소리를 내더니 커다랗고 가을하늘처럼 파란 클리너 하나를 토해냅니다.
삼 형제를 데리고 병원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퍼렇게 염색된 주둥이와 발을 보며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이 얼마나 웃으시던지요. (클리너를 토해냈다는 말과 검진을 끝내신 후 말입니다.)
"먹은 아이가 토를 했으니 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다른 아이들은 겉만 물든 것 같네요. 물 많이 먹이시고 순돌이 좀 잘 지켜보세요. 혹시 이상한 것 같으면 바로 전화 주시고요."
집으로 돌아와 파랭이 삼 형제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니들은 아빠를 많이 닮았구나..'
흔드는 꼬리와 아무 걱정 없는 눈빛, 밥 달라는 목소리.
'그래, 욘석들. 엄마 아빠랑 삼촌이랑 같이 살자.'
그렇게 우리 댕댕이 가족은 다섯 식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또 욘석들은 아빠와는 좀 달랐습니다.
안기고, 핥아주고, 올라타고, 삼촌삼촌하고 짖으며 얼마나 달라붙는지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밤.
'타닥, 타다닥.'
거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방밖으로 나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순돌이가 거실 구석에 쓰러져 경련을 하고 있더군요.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입에는 하얀 거품까지 문 채 말이죠.
"순돌아!!!!"
전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일단 입가의 거품을 모두 제거하고 숨을 잘 쉴 수 있게 자세를 바로 해주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떨리던 순돌이의 팔다리가 점차 멈추기 시작하더니 아이의 눈빛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놀랐을까요?
정신을 차린 순돌이는 저를 보자 '낑, 끼~잉' 하염없이 울면서 안겨왔습니다.
"그래, 그래, 순돌아. 괜찮아, 괜찮아. 에구에구 놀랐어? 괜찮아, 삼촌 여깄어. 괜찮아."
밤사이 순돌이는 몇 번 더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너지는 가슴의 골이 얼마나 깊던지요.
다음 날, 급하게 휴가를 내고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음, 경련은 로컬에서는 진단이 어렵습니다. 제가 2차 병원 소개해 드릴 테니 그쪽으로 가 보셔야 할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2차 병원에 전화를 해 예약을 하지만 바로 조치를 취하는 못함에 속이 타들어 갑니다.
그 사이, 전 몇 번이나 순돌이의 경련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우리 순돌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예약날에 맞춰 순돌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간단한 상담을 하고 순돌이의 검사를 진행합니다.
다섯 댕댕이 식구 중, 순돌이는 그날 처음으로 MRI를 찍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대기실에서 기다립니다. 느리던 빠르던 또 시간은 흐릅니다.
검사를 마친 순돌이가 간호사의 품에 안겨 저를 향해 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낑, 끼~잉, 낑'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아이고, 왜 그렇게 저도 눈물이 나려 던지요.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순돌이는 제 품에 안긴 채, 울음을 쉬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보호자들이 웃으며 말합니다.
"아이고, 덩치는 크고 새카만데 겁쟁이네."
음, 정확하게 맞는 말씀을 하십니다.
네, 우리 순돌이는 삼 형제 중 가장 덩치가 크고 가장 까맣지만 가장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였으니까요.
진료실.
"특발성 발작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경련에 붙이는 이름이라더군요.
의사 선생님의 그 말을 들으니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진료실 안에서 전 한참을 울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들으면서요.
"약을 먹이면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날부터였습니다.
우리 순돌이가 경련 약을 먹기 시작한 게요.
벌써 7~8년 정도가 돼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안쓰러운 마음으로 순돌이를 안고 진료실에서 나왔을 때, 옆 진료실에서 대성통곡이 터져 나왔습니다.
"으헝~~~~, 00야"
아, 정말 저도 같이 울고 싶었지만 얼른 순돌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순돌이를 내려놓으니 봉구와 호동이가 '으르렁'하면서 달려듭니다.
봉구를 안았다 내려놓으면 순돌이와 호동이가, 호동이를 안았다 내려놓으면 봉구와 순돌이가 달려들어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는 건 이들 형제의 오랜 습관입니다.
물론, 정말로 싸우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하이에나 같은 놈들.'
우리 순돌이는 지금도 발작약을 먹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신경계통과 경련, 그리고 간에 좋다는 것들과 함께 말이지요.
서 있을 때면 한쪽 뒷다리를 덜덜덜 떨면서도 저를 보며 그 짧은 꼬리를 삐죽삐죽 흔들어댑니다.
'순돌아. 삼촌은 네가 어릴 적 삼켰던 변기 클리너가 원인이 아닐까 싶어. 그 일로 네 어디가 망가진 걸까? 힘내 순돌아. 엄마 아빠가 봉구와 호동이가 그리고 삼촌이 너와 함께 있으니까.'
# 다음은 둘째인 봉구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