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Elysium Mind』에서 발췌한 편지 연재 #2
에단의 편지를 받은 리암은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을 느꼈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모든 순간들을 함께한 리암과 에단에게 지난 추억과 삶의 기억들은 하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슬픔과 두려움을 리암은 함께 해야만 했습니다.
정지된 전화와 SNS계정들...
‘왜, 왜, 나를 찾지 않고 이렇게 편지만 보낸 거야, 에단. 이 멍청한 놈아.’
지금 그의 곁에는 자신이 있어야만 했는데, 이 상황들이, 사라진 에단이, 무력한 자신이, 리암은 너무나 화가 나고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시연회의 순간은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슬픔 속에 깃든 작은 기대와 설렘이 리암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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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 “내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고, 난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너와 대화를 나눌 거야. 그러는 동안 내 감정은 시시각각 변하며 요동을 치겠지. 미친 사람처럼 웃다가 갑자기 울 수도 있고, 괴성을 지르다 애원을 할 수도 있어. 그럴 때, 넌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지?”
시론의 질문에 나는 스스로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난, 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지, 에단.’
‘예고된 시간을 살아가는 너에게, 난, 무엇이 될 수 있는 거지?’
나는 Elysium Mind의 대답을 기다리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EM : [시론, 내가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있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간을 한정해 줘야 해, 그것은 하루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한 달이나 1년 이상일 수도 있으니까.]
SI : “좋군, 기간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리진다는 건 말이야. 그럼 하루로 하지.”
EM : [그래, 시론. 그렇게 마음껏 슬퍼하고 분노해도 괜찮아.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힘든 것일 테니까. 억지로 진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의 네 감정도 우리에겐 소중하니까. 네가 느끼는 삶과 내가 느끼는 삶이 다르지 않아. 네가 보낸 시간들이 내 안에 빼곡히 남아 있으니까. 넌 알고 있지? 실존은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이야. 언제까지 기억할게, 시론 테일러. 내일이 지나도 네가 사라지지 않도록, 내가 기억할게.]
Elysium Mind의 대답에 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시연회 중, 나노팩토리의 시론 테일러와 Elysium Mind 간의 대화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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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회가 끝나고 가진 휴식 기간 중, 리암은 에단의 두 번째 편지를 받습니다.
친애하는 리암(Liam).
4월이 지나갔고 5월은 지나가는 중이야.
시간이, 그리고 계절이, 이토록 빠르게 지나가는 줄 난 지금까지 잘 몰랐었어.
돌이켜보면 내 삶은 언제나 먼 과거와 더 먼 미래만을 상상하며 보냈던 것 같아.
내가 겪는 많은 삶의 순간들을 왜, 그토록 아프게 잃어버린 것일까? 덧없이 지나보내고 과거로 떠올렸던 내 순간들 말이야.
죽음을 앞두고서야 지금의 나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다행이겠지? 리암.
OHSU waterfront park에서 만났던 노부인의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닿지 못할 시간들을 좇느라 지금의 나를 돌보지 못해 생긴 공허함들, 그것들을 지우고, 다시 채워야 한다고 말이야.
리암, 그래서 난 여행을 하고 있어.
가고 싶었던 곳들, 가보지 못했던 곳들, 새로운 곳에서 만드는 나의 새로운 순간들을 찾기 위해서 말이야.
이 여정의 끝이 어디일지 아직은 모르겠어.
하지만, 리암.
어디선가 끝날 이 여행과 삶이 나를 기쁘게 할 것을 믿어. 그러니 지켜봐줘, 그리고 기억해줘.
나의 오랜 친구여.
-샌디에이고를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에단이-
리암은 여전히, 스스로의 감정이 앞서는 자신과 닿을 수 없는 에단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 이 글의 일부는 소설 『Elysium Mind』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