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해, 공감, 그리고 기억

소설『Elysium Mind』에서 발췌한 편지 연재 #3

by winterand

에단의 세 번째 편지 : 너의 선물


시연회는 리암과 그의 동료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류 투자자문사인 크래프트와 거대 IT기업인 나노팩토리로부터 모두 제안을 받은 것입니다.

리암은 무엇이 자신의 결핍을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만나 최종 결정을 하기 전,

리암은 에단으로부터 세 번째 편지를 받습니다.


친애하는 리암(Liam)

얼마 전, 지난 시간들을 더듬으며 한 기억이 떠올랐어.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함께 TV 다큐멘터리를 봤던 것 말이야.

라호야 코브 해변이었을 거야.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어느 바다사자의 이야기였어.

어린 나에겐 그저 신기하고 재밌는 모습이었겠지.

그런데 말이야, 리암.

지금 떠오르는 그 바다사자의 커다랗고 순한 눈망울에서 난 어떤 열망을 느꼈어.

죽어가는 것도 살아가는 것이랄까, 그 외롭고 두려울 기다림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모습 말이야.

내 삶도 그 늙은 바다사자와 같을 수 있을까?

왠지 이곳에 오면 알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 난 지금 라호야 코브 해변에 와 있어.

그런데 리암, 여긴 쓸쓸한 죽음 따윈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아름다워.

5월의 햇살을 머금은 파도와 바위들, 포실한 모래사장에 몸을 누인 바다사자들, 마치 마법이 가득 흩뿌려진 동화 속 세상을 보는 것 같아.

내가 늙은 바다사자였더라도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을 거야, 그는 분명, 잠시도 쉬지 않고 이 풍경들을 눈에, 마음에 담았을 테니까.

죽음의 과정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우리는, 기적이라 불러도 괜찮겠지?

그녀를 만난 것처럼 말이야.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저쪽을 배경으로 그림을 좀 그려도 될까요?”

그녀는 내 앞으로 펼쳐진 풍경을 가리키며 말했어.

“아, 예, 비켜 드릴게요.”

“아뇨, 아뇨, 일어서지 마세요. 전 그쪽도 함께 그리고 싶어요. 전 제나에요, 제나 클레어. 미술을 전공하죠.”

내가 느끼는 시간 속에 그녀가 들어온 것처럼,

“전…, 에단이에요.”

그녀가 그릴 세상 속에 내가 있어도 괜찮겠지?

“괜찮나요? 대신 제가 커피 살게요.”

“물론이에요, 내가 뭔가를 해야 하나요?”

“아뇨, 아뇨. 아무것도요. 지금 에단의 모습은 이 풍경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거든요.”

꼭 긴 시간이 아니어도, 이처럼 짧은 순간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어, 리암.

그녀의 스케치가 끝나고 우리는 해변가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어.

“이곳 분이 아니시죠?”

“네, 맞아요.”

“언제 떠나세요?”

“글쎄요.”

“이틀만 시간을 주실래요? 선물을 드릴게요.”

“……, 네, 좋아요.”

그리고, 그 이틀은 정말 느리게 지나갔어.

난 궁금했어.

그녀의 짙푸른 눈동자가 담아낸 라호야 속의 나는, 늙은 바다사자를 닮았을까.

“에단, 여기요.”

그녀의 하얀 손은 붉은 햇살에 물들었고,

“곧, 떠날 건가요?”

그녀의 눈부신 금발은 바람에 나부꼈어.

“뭔가, 좀…, 아쉽네요. 다시 와 줄 수 있어요?”

그리고, 그녀의 푸른 눈동자 속엔 웃고 있는 내가 있었어.

-5월, 라호야에서, 에단이-


그리고 리암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미숙함이 남기는 오해와 슬픔들이 불안한 미래로 다가오듯, 더없이 이상적인 공감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Elysium Mind’

‘에단, 너로 인해, 새로이 꾸게 된 나의 꿈이야.’]

에단을 기억하고 그의 빛나는 순간들을 이해하고 그가 사라지지 않게 해줄,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Elysium Mind를 만들기 위해, 이곳, 브루클린에 남기로 말입니다.


그는 그런 자신의 미래를 에단의 선물이라 여겼습니다.


# 이 글의 일부는 소설 『Elysium Mind』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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