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해, 공감, 그리고 기억

소설『Elysium Mind』에서 발췌한 편지 연재 #4

by winterand

에단의 네 번째 편지 : 공감의 징검다리


리암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투자자문사 크래프트와 거대 IT기업 나노테크놀로지의 제안 중 말입니다.


결정의 시간, 동료들은 모두 막대한 돈과 미래를 약속한 나노를 향해 손을 들었지만, 리암은 그런 동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뿐이었습니다.


'잘가 나의 친구들, 그리고 너희들의 결핍이 채워지길 난 바라.'


브루클린에 홀로 남은 리암은 에단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에게 공감할 수 있는 Elysium Mind를 꿈꾸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리암은 에단으로부터 네 번째 편지를 받습니다.


***


나의 친구, 리암(Liam)

이제 곧 9월이야, 저 뜨거운 태양 너머에서 가을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걸, 너도 느끼고 있겠지.

따스했던 봄이 온몸으로 피워낸 시간들을 여름에게 내어줬듯, 가을도, 겨울도 그렇게 오고 말거야.

우리의 시간들은 어떻게 변해갈까? 리암.

내가 샌디에이고를 떠나기 전날, 제나는 갑작스런 제안을 했어.

‘에단, 데날리에 가기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가보지 않을래요?’

각자가 느낀 아쉬움과, 남았을지 모를 미련이 우리를 또 다른 여정으로 이끌었어.

결국, 내가… 그녀에게 추억으로 남는다 해도, 슬픔만 남는 건 아닐 거야. 그렇겠지?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동안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고 함께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기도 했어.

‘에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뭔지 알아요? 아, 물론 내 기준에서 말이에요. 그건 바로 순간이에요.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모든 순간들은 사실 셀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맞물려 이루어지거든요. 아마 그래서였을 거예요. 내가 처음 에단의 모습에 빠져든 이유 말이에요. 그때 에단은 바닷가에 완벽하게 동화돼 있었거든요. 정말 멋진 순간이었어요.’

리암, 그녀가 말한 순간들은 내가 지나온 시간의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는 집중해야 한다고요, 에단.’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과 상관없이 언제나, 떠오르는 별처럼 말이야.

우리는 베이 브리지의 야경을 보며 Emeryville 역에 도착했어.

저 너머에서 만들어질 우리의 미래가,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과 함께 하기를.

그곳에서 우리는—

유니언 스퀘어에서 차를 마시고, 랜즈 엔드에서 일몰을 봤고, 피셔맨스 워프에서 산책도 했어.

그리고 우리는—

골든게이트 브리지에서 이별을 했어.

‘에단, 시네마 천국이란 영화 알아요?—, 1990년에 개봉한 영화니까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살바토레와 엘레나가 헤어지는 장면이에요. 차를 타고 떠나는 엘레나가 살바토레를 돌아보거든요, 그런 엘레나를 바라보는 살바토레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녀의 눈빛은 내게 또 이렇게 묻고 있었어.

‘에단, 지금 이 이별이 우리의 끝은 아닌 거죠? 잊지 말라고요. 라호야엔 바다사자가 있지만 나도 있다는 걸요.’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어.

내게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웠듯, 그녀에게 나 역시 그렇게 보였을까?

눈부신 브리지를 배경으로 남겨진 우리의 소중한 순간들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순간이예요.’

—바라.

그리고 지금, 난 데날리에 와 있어.

낡고 작은 목재 테이블과 의자들, 포근한 실내에 가득한 커피향, 그리고 늙은 바리스타와 창밖으로 보이는 만년설까지.

리암, 저 데날리의 만년설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쌓여 지금까지 왔을까?

그렇겠지?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건 없겠지?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삶들도 저 만년설처럼 사라지지 않고 쌓여 있겠지?

지금으로부터 먼 어느 겨울에, 이곳, 이 자리에서 데날리의 만년설을 바라보는 너를 상상해. 그때의 네가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것을 난 상상해.

-겨울을 앞둔 데날리에서, 에단이-


***


그 후, 한 번의 겨울이 지나고 두 번째 겨울을 맞기 전, 리암은 에단의 장례식에 다녀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왔을 때, 리암은 데날리에 있었습니다.


그곳의 작은 카페에서 그는 한 통의 편지를 적었습니다.


***


나의 오랜 친구, 에단에게.

겨울이… 왔어, 에단.

네가 말한 그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창밖으로 데날리의 만년설이 보이는 작은 카페에 와 있어.

낡은 목재 테이블과 늙은 바리스타, 그리고 실내 가득한 커피향. 맞아, 이곳에서 넌 내게 편지를 썼을 거야.

그것은 네가 남긴 작은 흔적이었겠지.

에단, 난 네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

더디지만 널 이해해가는 내가, 여기서 너를 보고 있으니까.

그래, 네 말처럼, 지금의 내가 그때의 널 보고 있는 거야.

너를 향한 나의 여정은,

[이제 난, 에단을 이해해.]

언제까지 계속 될 거야.

[이제 난, 온전히 공감해.]

나는 네가 아니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것들과,

너는 내가 아니기에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의,

벽이,

모두 허물어져,

네가 만든 모든 순간들이 영원히,

내 안에 살아있기를.

[이제 난, 에단의 모든 순간을 기억해.]

-겨울, 데날리에서 리암이-


# []안의 말들은 Elysium Mind의 대화입니다.


# 소설 『Elysium Mind』의 편지 연재는 4화에서 마무리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sticker sticker


# 이 글의 일부는 소설 『Elysium Mind』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우리들의 이해, 공감, 그리고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