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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당근이 되는 법

당근마켓 속에서 만난 브랜드 마케팅 전략

by 따수

어느 날, 당근마켓을 애용하다가 특이한 모니터 매물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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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가 2,300원이라니! 분명 하자가 있는 모니터거나 가짜 가격으로 어그로를 끄는 모니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궁금해서 눌러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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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액정이 다 깨져서 보이는 형형색색의 현상을 '오로라에디션'으로 개조했다며 정성껏 헛소리를 써놓은 당근매물. 보통은 '고장난 모니터'라던가 '부품용 모니터'라는 타이틀로 내놓기 마련인데 '오로라 에디션'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 물론 잘 팔기 위해 뽑아낸 아이디어라기 보단, 웃자고 쓴 글일 것이다.


이렇듯 초등생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민앱으로 등극한 당근마켓을 보다보면 그 안에서 재밌는 오픈마켓 마케팅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직업특성상, 그런게 보이면 열심히 캡쳐를 따두고는 하는데 그 내용을 몇가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유혹의 썸네일과 타이틀


뻔하디 뻔한, 그러나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온라인 마켓 핵심 마케팅 요소는 누가 뭐래도 첫째가 '썸네일과 타이틀'이며 둘째가 '상세페이지'일 것이다.


문제는 이 썸네일과 타이틀에 생각보다 많은 판매자들이 공을 '덜'들인다는 것인데, 열과 성을 다해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두고는 썸네일은 남는 사진으로, 타이틀은 올리기 전 손 가는대로 써버리고 올리는 일이 태반이다. 결국 클릭을 만들고, 상세페이지를 보게 하는 건 '썸타(썸네일&타이틀)'인데 말이다.


그럼 좋은 썸네일과 타이틀 무엇일까? 그 정답은

있겠습니까, 휴먼?

입점하는 플랫폼 별로, 상품 카테고리별로 여러 요소가 복합적이기에 딱 하나로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빠지지 않고 나오는 핵심 포인트는 바로 '차별화 포인트'일 것이다.


타이틀도 썸네일도, 다 비슷비슷한 피드 가운데서 눈에 띄는 포인트들이 필요한 것이다.


IMG_1333.PNG 카메라 살 생각이 없어도 멈칫하게 만드는, 하트 40개짜리 판매글처럼


물론, 타이틀의 경우 플랫폼에 따라 검색품질을 위해 제약이 있기도 하지만 수백개의 상품 중 우리 상품을 읽게 만드는 '단어'하나라도 넣었을 때 한번이라도 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상품명 자체를 조금 더 특별해보일 수 있도록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수산물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돼지방어'가 그 예시가 될 것이다.

Untitled-15.png 예시 제작 @방어이미지출처_인어교주해적단

같은 상품도 조금 더 특별해보이도록, 같은 중량도 조금 더 혜택이 많아보이도록 보이는 방법에 대해 충분히 고민 후 올린다면 분명 소비자를 더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썸네일을 보자.

스크린샷 2022-04-23 오후 4.38.49.png 실제 구글에서 '참외'를 검색하면 나오는 상품 목록


대부분 플랫폼 별로, 카테고리별로 이 썸네일과 타이틀의 트렌드, 주류의 흐름이 있다. 푸드 카테고리의 경우, 절대적이었던 '먹음직스러운 연출컷'에서 '생산자'와 '농가'가 더 부각된 메인이미지의 트렌드로 변화해왔는데 이 일부 브랜드들의 차별화 전략이 성공했고, 나머지 브랜드들이 그 전략을 카피하면서 흐름이 변화한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주류의 흐름 속에서도 약간의 임팩트만으로 시선을 끌 수도 있을 것이다. 당근마켓의 아래 광고 예시처럼.


IMG_2289 2.PNG 그저 친숙한 농가 이미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썸네일 + 벌꿀'을 더한 키워드



2. 낚아라 프로모션 상품



내가 본 당근마켓 매물 중 가장 기상천외했던 사례는 이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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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서도 신나게 홍보한 기상천외 일기장 매물.


일기장을, 그 것도 꽉 채워 쓴 일기장을 판매한다니! 당근마켓에서 재밌는 사례로 홍보해서 알게 된 매물이라 구매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 동네에 뜬 매물이었다면 나는 아마 구매했을 것 같은 매물이었다.


이런 상품을 파는 판매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져서 판매자 정보(=브랜드)를 찾아보게 되고, 그 판매자가 어떤 다른 상품을 파는지 까지 궁금해지는 마법. 마켓컬리 990원 마케팅처럼, 일단 클릭하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혜택으로 소비자를 후킹해두고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프로모션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사례를 응용해보자면

Untitled-1.png 가상으로 제작해본 문구 브랜드 프로모션


싸이월드 감성을 지닌 90년대생들을 대상으로 '일기장' 한정 판매를 미끼상품 삼아 자사 문구 브랜드 상품들을 기획판매하는 기획전도 기획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력 상품 + 비교군 상품(주력 상품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 후킹용 기획 상품. 크게 이 3가지 구성으로 스토어를 구성해서 운영한다면 단일상품 또는 단순 나열된 동일 카테고리 상품보다 더 효율적인 전략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이 정도만 기억해봐도 당신은 당근마켓 100도씨의 베스트 판매자가 되어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재미로 가볍게 다뤄본 요소들도 추후 더 딥하게 다뤄보면 좋겠다 싶다. 그럼 모두들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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