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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내리면 Jan 10. 2021

「디 에센셜」시리즈 기획 후기①




책을 다시 알리는 방법

우리 회사만해도 일주일에 출간되는 종수가 여러 권. 그렇다보니 책이 출간되고나면 여러가지 마케팅 방법을 고안해 작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면 곧 잊게 된다. 그러다 문득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보며 '저 책 참 재밌는데' 하고 더 많은 분들이 읽어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동안 유행처럼 쏟아져 나왔던 '리커버 에디션'은 이러한 마케터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독자에게 더 알리고 싶은 좋은 작품에 새로운 옷을 입혀 다시 소개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 「디 에센셜」 시리즈는 이 지점에서 탄생했다. 지난 해 여름, 한 권의 에디션을 제작하게 되었다. 리커버 에디션보다는 조금 더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주문과 함께. 어떤 작가의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거나, 어떤 형태였으면 좋겠다는 가이드도 전혀 없이 던져진 미션. 그런데 대체 리커버 에디션보다 특별한 에디션은 뭘까?(주어없음-_-+)





시작은 여기부터

도서업계에서 일한지 햇수로 10여년, 그런데 난 여전히 독자의 마음을 모르겠다. 독서란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니 정해진 정답이 있을 수 없지만 한 번씩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정말 모르겠다. 사원쪼무래기 시절에는 이벤트 기획을 할 때마다 공부를 많이 했다. 독자들은 어떤 책을 좋아할까, 지금은 어떤 책이 필요할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때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한다.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사실 지금까지 온라인 홍보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도서나 굿즈 같은 유형의 콘텐츠를 제작해 본 경험이 없었고, 책을 기획하는 것은 편집자의 업무에 속하는 것이어서 당연히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인프피 특성상 마다할 수 없지. 어떤 책을 만들까 고민하던 찰나에 나의 대빵님이 말씀하셨다. "필요하다면 새로 번역을 추가해도 좋다." ─ 아하?!







문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모두 불안했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를 예측한 다양한 책들과 전문가들의 예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모두가 처음 겪는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학은 답을 줄 수 있을까? 함께 하게 된 담당 편집자와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코로나 시대에 문학 독자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해보기로 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큐레이션은 잘하지 않을까? 주제는 정해졌으니 좋은 작품을 큐레이션해서 선보인다면 무엇보다 특별한 에디션이 탄생하지 않을까. 결국 문학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없더라도, 현 시대를 진단하고 나아가는데 고전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기획안 초안 (현재와 다름)


한 권이 시리즈로


처음 이 기획은 한 권의 책 「디 에센셜 에디션」이었다. 기획 과정에서 여러 후보 작가의 작품들을 큐레이션했고, 그 중에서 한 작가를 선정하여 출간할 계획이었다. 그 후보로는 (내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조지 오웰, 헤르만 헤세, 다자이 오사무, 헤밍웨이, 나혜석 등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완성도 있다고 판단했던 것은 조지 오웰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내외신으로부터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 『1984』와 이 작품을 쓰게 된 작가의 배경이 고스란히 담긴 에세이를 7개를 골랐다. (캬-완벽★) 그러나 지금 출간된 것은 『디 에센셜 조지 오웰』을 시작으로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와 『디 에센셜 다자이 오사무』(1월 말)까지 총 3권. (두둥)




─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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