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간즘] 직장인 리추얼 마인드
- 레오나르도 다빈치
입사한 지 16년이 되었다. 정확하게는 오늘부터 17년 차다.
조직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근속의 주기를 정해서 보통 축하 또는 포상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내가 속한 조직은 3년, 5년 그리고 10년에 대해서 축하해 주고 있다.
나의 경우 작년에 근속 15주년에 되었을 때 가족과 주변 동료들의 축하를 많이 받았다.
15라는 상징적인 숫자도 있지만 한 회사를 15년 근속하는 사람이 주변에 드물기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어떻게 보면 약간 괴상한 이력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작년의 경우 코로나 19라는 거대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과 사력을 다해 집중하여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애쓰고,
여러 가지의 프로젝트와 사업으로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전쟁과도 같은 기간이었다.
이후 다시 맞이한 1년 그리고 근속 16년.
다소 먼가 의미를 부여하기에 애매한 숫자다. 16년으로 무언가 이벤트를 하는 것도 못 본 거 같고.
그러나 이 글을 쓰게 된 취지는 숫자 자체에 있지 않다.
15년의 기간과 비교 할바는 아니지만 16년 차였던 지난 1년도 매우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그래서 이 1년간을 똑 잘라서 나 스스로에게 의미를 주고 싶었다.
빠른 재생으로 지난 날들에 대한 기억을 쫘악 돌아본다.
초등학생으로 등극한 아들의 다이내믹한 육아 상황이 펼쳐졌고, 망가진 어깨는 돌아올 줄 몰랐다.
현저하게 떨어져 가는 체력을 이기려고 아침저녁으로 산책 습관을 들이는 1년이었다.
공부한답시고 책상에는 이 책, 저 책들이 마무리 안된 상태로 쌓여져만 갔다.
새로운 사업적 도전들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 들어보고, 물어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처한 문제들로 숙제를 많이 주었던 MZ세대의 매니저들 때문에 잠못 이루는 때도 있었고,
처음 맡아보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몇주간 주말 없이 전전긍긍했던 것도 생각난다.
또한, 리드의 역할이란 게 늘 부족함의 연속이라 문제가 터질 때마다
깊은 반성과 자책으로 빠져들곤 했다.
감사하게도 적시에 그것도 아주 효과적인 동료들의 위로 덕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17년 차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미흡했으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 프로세스를 기념하고 싶었다.
또한 나에게 도움 주고 함께 해 준 사람들에 대해서 감사하고 싶었다.
그리고 온전히 1년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부족했지만 그래도 1년간 나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인정으로 토닥 토닥 하는...그런 것 말이다.
입사하고 나서 16년 간의 근속은 명백하게 깊고 긴 스토리다.
그렇지만 바로 앞의 이러한 1년도 어려움과 성장, 도전의 요소가 만만치 않았던 기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근속은 더 많은 어려움과 책임에 대한 도전들이 있을 것 같다.
언제까지 근속을 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지금 나의 현재에서 앞으로의 근속 1년을 더욱 가치 있게 즐기자.
이렇게 다짐하고 위로하면서 나의 17년 차는 좀 더 무게감을 덜고 유쾌하고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