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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Woo Kim May 05. 2019

8개월간의 원격근무 회고

왜 스터디파이는 원격근무를 하는가?


원격 근무해보니까 어때?
 

요즘 사람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출퇴근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직장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만한 직장이지만 아무래도 국내에는 워낙 사례가 많이 없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저희의 원격근무 경험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8개월가량 원격근무를 해보면서 여러 장단점을 느끼고 있는데, 원격근무를 꿈꾸는 많은 회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지금까지 느낀 점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미래에 더 오랜 기간, 더 큰 규모의 팀과 원격근무를 하게 된다면 느낀 점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고, 그때 다시 한번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원격근무를 위한 선행 조건/주의점


1) 채용

 

원격 근무하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지는 어떻게 알아?
  

제가 요즘 많이 듣는 또 다른 질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열심히 일할걸 걱정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은 안 뽑는다.
  

채용과정에서, 누가 봐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분들을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우선 이런 분들을 뽑고 나면 일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일을 안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어서 뭔가 "관리"해야겠다고 생각이 들 것 같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뽑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고, 열심히 일 한다고 성과가 항상 잘 나온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성과가 잘 안 나올 경우 어떤 이유 때문인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될지 등에 대해서 최대한 자주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2) 회사의 서비스/제품


모든 회사가 전 직원 원격근무로 일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답은 저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회사가 어떤 서비스/제품을 만들고 있냐가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스터디파이의 경우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스터디이기 때문에, 팀원 전원이 원격근무를 해도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오프라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하드웨어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전 직원이 원격근무를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무조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원격근무를 도입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훨씬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3) 회사 설립부터 원격근무 vs 중간에 바꾸는 경우


스터디파이의 경우 법인 설립 첫날부터 오피스가 아예 없는 100%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좋든 싫든 모든 업무 프로세스가 원격근무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고 개선해나가는 중이지만, 그래도 모든 팀원이 동일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수월합니다. 하지만 만약, 오피스가 있는 회사에서 부분적으로 원격근무를 도입하거나, 이미 오피스가 있는 상태로 오랜 기간 운영해온 회사가 갑자기 100% 원격근무로 전환한다면, 기존에 일하던 관성 때문에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원격근무를 시행하지 않았던 회사가 원격근무를 시행하려면, 팀원들이 원격근무를 이행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충분히 대화한 후에,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유지해도 큰 문제가 없는 선에서 부분적으로 도입하거나, 회사 문화/업무 프로세스를 바꿀 각오를 하고 도입해야 합니다.



위의 3가지 내용은 기본적으로 원격근무를 도입하기 전에 고려해봐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그럼 원격근무를 도입하면 도대체 어떤 것들이 좋길래 이런 고민들까지 하면서 도입하려고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원격근무의 장점


1) 채용경쟁에서의 우위


100% 원격근무를 할 경우, 지방/해외 거주, 육아 등의 이슈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퇴근해서 일하기 어려운 분들까지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 풀이 훨씬 더 넓어지고 다양해집니다.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항상 구직난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뽑는 회사들 입장에서는 항상 구인난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좋은 인재분들을 모시기 위해서 각종 복지/연봉/문화 등으로 혜택을 주면서 경쟁하는데 100% 원격근무는 이런 채용경쟁에서 아주 명확한 경쟁우위를 제공합니다.


2) 오피스 운영에 관해서 경제적/정신적 자원을 쓰지 않는 것


오피스를 운영하면, 보증금/인테리어비/청소비/관리비/오피스 물품 등 모든 비용을 고려했을 때 1인당 월 약 50~70만 원 정도 비용이 소비됩니다. 오피스를 운영하지 않게 되면, 이 비용을 다른 곳 (스터디파이의 경우 1년에 2번가는 해외 워크숍)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피스를 운영하려면 생각보다 정신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합니다. 매번 회사 규모가 달라질 때마다 이사를 가야 한다거나, 새 오피스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거나, 오피스에 있는 여러 물품(사무용품, 정수기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야 한다거나, 청소를 해주는 분이 없을 경우 누가 청소를 할 것인가 등등 어떻게 보면 사소하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서 모든 멤버들에게 꽤 큰 피로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오피스를 운영하지 않으면 이런 스트레스들이 없어집니다.


3) 이동시간에 대한 스트레스 감소 /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자유


한국인은 평균 하루에 약 116분 을 왕복 출퇴근하는데 소비한다고 하며,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시간에, 유사한 장소로 출퇴근하다 보니 교통 / 부동산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연구들이 매우 많은데, 예를 들어, 출퇴근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비용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면, 약 94만 원이나 된다고 하며, 20분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는 건, 연봉의 19%가 삭감되는 것과 같은 고통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이동하는 시간 자체도 스트레스이지만,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집을 구할 때나, 직장을 구할 때 제약사항이 많아지는 것 자체도 많은 분들에게는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또한, 장거리 출퇴근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출퇴근하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매우 큰 피로도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 뭔가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100% 원격근무를 할 경우 거주지를 선택할 때, 직장 위치를 기준으로 잡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유도가 훨씬 올라가게 됩니다.(물론, 가족들의 사정으로 거주지 자체를 지방/외국처럼 드라마틱하게 변경하기는 어려운 경우도 있겠지만, 자유도가 더 올라가는 건 분명합니다) 또한, 출퇴근 시간만큼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업무, 휴식, 수면, 취미생활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터디파이 팀 내에서도 일도 더 많이 하고, 더 많이 쉰다라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4) 문서화


오피스에서 같이 근무하는 경우 지나가는 얘기로 옆에 동료와 구두로 얘기한 사항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문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 직원이 원격근무를 하게 되면 모든 소통을 기록이 남는 형태(슬랙, 아사나, 이메일 등)로 할 수밖에 없으며, 만약 화상 혹은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논의할 경우, 조금 더 명확하게 미팅으로 인식되어 회의록을 남기기가 쉽습니다. 모든 팀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일하기 때문에, 오히려 오피스가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부분이 강제적으로(?) 문서로 남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처럼 100% 원격근무의 경우 명확한 장점들이 있고 위의 내용들만 보면 꿈의 직장 같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원격근무의 단점


1) 시간관리


100% 원격근무라고 하더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면 조금 나아질 수 있겠지만, 스터디파이의 경우 완전 자율근무제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문제입니다. 업무시간이 명확하지 않다는 건 큰 장점일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 큰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터디파이는 입사 첫날, 가급적 본인이 알림을 받기 싫은 시간에는 슬랙을 꺼놓으라고 권장합니다. 또한, 회사에서는 한 명이 답변을 좀 늦게 하더라도 업무를 하는데 지장이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 중입니다. 즉, 슬랙/아사나에서 말을 걸 때는 기본적으로 실시간으로 답이 안 올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 인원이 적고, 초기이다 보니 원하는 만큼 시스템이 완벽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팀원에 따라서 업무강도가 너무 높거나, 시간관리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 중이긴 하지만, 개개인의 시간관리 역량이 매우 뛰어나지 않은 한, 쉽게 피로해질 수 있는 점이 단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시간관리를 잘할지, 일을 효과적으로 할지는 모든 회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지만, 원격근무 형태에서는 그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며, 가장 고민이 되는 문제입니다.


2) 커뮤니케이션


대부분의 회사에게 요즘 어떤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면, 커뮤니케이션은 빠지지 않는 문제일 것입니다. 원격근무에서는 아무래도 매일 대면하면서 일하는 게 아니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화에 있어서 말의 내용은 7% 정도밖에 영향을 주지 않고, 어조나, 어투 같은 청각적인 요소가 38%, 얼굴 표정, 몸짓 같은 시각적 요소가 55%라고 할 정도로, 비언어적 요소는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문서화를 잘한다고 해도, 사람이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것과, 텍스트로만 얘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화하면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텍스트로만 얘기해서 더 오래 걸리기도 하고, 얼굴을 보면서 대화했다면 문제가 없을 이야기들이, 텍스트로 전달될 때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기적인 화상회의, 월 1회 오프라인 미팅 겸 회식, 분기별 1박 2일 국내 워크숍, 반기별 2주간 해외 워크숍을 통해서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오피스에서 매일 얼굴을 보는 것에 비해서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규모가 큰 원격근무 회사들의 경우 매주 주제별(영화, 스포츠 등)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화상통화를 하거나, 팀원별로 랜덤 하게 캐주얼 콜을 정기적으로 하도록 권장하는데, 스터디파이에서도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좀 더 자주 얼굴을 보고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원격근무가 만능은 아니고, 고려해야 할 점도 단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원격근무를 주변에 권장하며 스터디파이는 원격근무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왜 스터디파이는 원격근무를 하는가?


1) 달라지는 직업관


예전에는 한번 취업을 하면 평생 그 직장에 충성을 다해(?) 근무한다는 개념이 있었지만, 최근 국내외로 이런 직업관은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흔히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미국에서는 47%가 프리랜서로 근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년 안에 2명 중 1명이 직장을 옮긴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로 인하여 많은 분들이 당황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도 하고 계시는데, 결국 기업이 변화하지 않고, 이런 새로운 직업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채용경쟁에서 뒤처질 것입니다. 점점 더 많은 인재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기보다는, 현재도 만족스럽게 살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하고, 원격근무는 명확히 기존 근무형태보다 이 니즈를 더 잘 충족시켜줄 수 있습니다.


2) 명확한 장점, 불명확한 단점


위에서 언급했던 장점들은 100% 원격근무를 하기 때문에 명확히 느끼고 있습니다. 스터디파이는 모든 면접도 화상면접으로 진행하는데, 어떤 날은 면접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다른 회사 대비 다양한 지원자분들이 지원하고 계십니다. 또한, 실제로 오피스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정신적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그렇게 아낀 비용으로 이번 여름에는 전 직원이 2주간 발리에서 모여서 함께 근무할 예정입니다. 아침마다 출퇴근 걱정을 하지 않고, 미세먼지 걱정을 덜하게 되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반면 어느 정도 단점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이 단점들이 원격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에서 언급한 단점 1) 시간관리, 2) 커뮤니케이션을 얘기하면서 원격근무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 중에 실제로 원격근무 회사를 운영해본 분들은 거의 없을뿐더러, 제가 반대로 오피스가 있으면 그 문제들이 해결되냐고 반문하면 자신 있게 해결된다고 말씀하시는 분은 없었습니다. 스터디파이도 과연 원격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이 극복될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고, 대신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시간관리를 잘하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점이 명확하고 단점이 불명확한 경우
  

당연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이유로 스터디파이는 여전히 원격근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스터디파이가 국내에서도 이렇게 원격근무 회사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되어서 더 많은 회사가 원격근무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시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원격근무를 한다고 다른 회사보다 나태하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효과적으로 행복하게 일하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썸네일 이미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의미에서 freedom을 치면 Unsplash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이미지로, Aditya Saxena작가의 작품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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