츤도쿠와 호킹지수
김영하 작가님의 위의 말에 공감하며 내가 사놓고 안 읽은 책이 뭐가 있더라..?라는 생각을 했다면 당신은 츤도쿠일 가능성이 높다. 츤도쿠란, 책을 사고 읽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왜 책을 사고 읽지 않을까?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갈 때, 우리는 영화를 시청할 정해진 시간도 함께 구매하게 된다.
웹툰의 미리보기를 결제할 때, 우리는 보통 구매 후 바로 구매한 웹툰을 본다.
즉,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와, 웹툰의 미리보기를 구매할 때,
우리는 구매할 콘텐츠와 콘텐츠를 볼 시간을 함께 구매한다.
반면 책은 어떠한가? 판타지 소설, 로맨스 소설, 만화책 단권 혹은 한화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구매하자마자 바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300페이지가 넘는 경영/경제/인문 도서나, 시리즈 책을 구매했다면 구매하자마자 책을 모두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목을 보고 매력적이어서, 친구가 추천해서, 할인 중이라서 등의 이유로 우리는
책을 구매하지만, 책을 소비할 시간은 함께 구매하지 않는다.
츤도쿠와 연관된 용어로 호킹지수라는 용어가 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 중 한 명이었던, 스티븐 호킹이 집필한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혹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공계를 전공했거나, 교양서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대부분 들어본 책일 것이다.
<시간의 역사>는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많은 사람들이 구매했지만, 읽지 않은 대표적인 책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이다. (필자도 그중 한 명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이런 이유로, 그의 이름을 따서,
호킹지수:
책을 산 사람들이 실제로 책을 읽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
라는 용어가 생겼다. <시간의 역사>의 호킹지수는 6.6으로, 책을 구매한 100명 중 약 6.6명 정도만 이 책을 모두 읽었다는 뜻이다.
(정확히는 이 책의 100페이지 중 읽힌 비율이 6.6% 이란 뜻이기 때문에, 완독한 사람은 6.6% 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단, 호킹지수는 아마존 하이라이트 기능을 이용해서 만든 지수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이렇듯, 책을 사고 읽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용어들이 존재할 정도로, 나를 포함해서 책을 사고 읽지 않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이게 책에만 적용되는 현상일까?
지난주에 포스팅했던, 올렸던 블록체인 공부하기 좋은 사이트 모임 글의 경우, 브런치에서 공식적인 공유만 1300회 이상 일어났고, 페이스북에서 일어난 비공식적 공유수 까지 합치면 내가 확인한 것만 약 2,000번 이상 공유되었다. 하지만 조회수나, 사이트 내에 있는 링크의 클릭 수를 확인해보면 공유 수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숫자들이 나오고 있다. 즉, 이 글의 호킹지수는 매우 낮은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중에 봐야지, 공유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공유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책이나 콘텐츠를 구매하고, 저장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 행복감을 느낀다. 실제로 나도 그렇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책이나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다면, 단순히 책/콘텐츠를 구매/저장만 하는 것을 넘어서, 책/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시간도 구매해야 한다.
이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유료 독서클럽(트레바리), 콘텐츠 읽기 모임(퍼블리), 스터디 모임(스터디파이) 등에 돈을 내고 참여하는 게 아닐까?
For every book you buy, you should buy
the time to read it.
- 칼 라거펠트(샤넬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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