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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태웅 Apr 16. 2017

바쁨이 아닌 몰입으로

해외 유명 미니멀리즘 에세이 번역 연재 #6

더욱 풍성한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 미니멀리즘에 대한 해외 인기 에세이들을 번역해 싣고 있습니다.

물론 사이사이에 다시 필자 본인의 생각과 이야기도 쓰고 있고요.

※ 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에 번역상 작은 오류들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해외 유명 미니멀리즘 에세이 번역 연재 #6

제목: 바쁨이 아닌 몰입으로

원제: not busy, focused

출처: http://www.theminimalists.com/busy/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잡다하게 뭔가를 하고 있다. 유래 없이 많은 일들을 해오는 것이 우리들의 오늘날이다. 더 많은 일을 하려고 일상의 모든 틈새마저도 채워내곤 한다. 모든 도심의 풍경도 천편일률이다. 고개를 적당히 숙인 뒤, 반짝이는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다. 첨단기술이 사람들을 좀비로 바꿔놓고 말았다.


    스스로가 갖는 가치의 대부분이 생산성, 효율성, 업무율, 수익, 결과물 따위 등으로 평가받는 ‘바쁜’ 세상에 우리는 살게 됐다. 쥐새끼들의 레이싱을 보는 것 같다. 미팅과 PPT 화면, 승진, 지옥철, 트위터, 세미나, 문자 메시지, 보고서, 보이스 메일, 멀티 태스킹, 그리고 바쁜 일상 속 모든 거지 같은 것들에 잠겨 죽는다. 일, 일, 일! 쫓기고 쫓긴다.


    미국인들은 그 어느 시대의 사람들보다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붓고 산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얻어내는 건 과거보다도 적다. 게다가, 바쁨이란 이제 새로운 용어가 되어간다. 바쁘지 않다면, 특히 오늘날의 일자리에서 한가롭다면 게으르고, 생산성도 낮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기 십상이다. 자리가 아까우니 책상 빼라는 말까지 들려올 것이다.


    내게 있어서 바쁜 건 저주에 가깝게 느껴지곤 하는데, 누군가 내게 바빠 보인다고 싫은 소릴하면 나는 그 즉시 얼굴이 굳어진다.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고 그 한 마디에 몹시 괴로워지는 것이다. 그 말에 나는 매번 이런 식으로 응대한다. “나는 바쁜 게 아냐. 집중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데이비드 소로우가 말했다. “바쁜 걸로는 충분치 않다. 화두는 무엇에 바쁘냐이다.” 만약 거기에 첨언하자면 이쯤 될 것이다. “바쁜 걸로는 충분치 않다. 문제는, 무엇에 집중하고 있느냐이다."


    단순히 바쁜 것과 집중하고 있는 것에는 꽤나 큰 차이가 있다. 바쁜 것에는 다분히 생산성의 용어가 함의되어 있다. 우리의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드는 무언가. 컨베이어 벨트를 계속 돌릴 수 있는 그 ‘생산성’의 개념 말이다. 돈벌이에 관련된 세속적인 일을 영어로 “비지 워크”라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런 프로세스는 공장과 로봇, 그리고 파시즘에는 어울릴 법 하나, 누군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썩 어울리진 않는다.


    반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주의하고 있고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신경 쓰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사람들이 종종 이 '집중의 시간’을 '바쁜 것'과 혼동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 이 완벽한 몰입의 상태가 바쁜 상태와 얼핏 보면 꽤 닮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시간 대부분이 특정한 일에 매진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닮았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나는 일단 많은 일을 떠맡지 않는 편인데, 그 덕에 내가 신경 쓰기로 한 일들과 사람들은 나의 완전한 집중을 받게 된다. 그게 핵심 차이다. 물론 이렇게 적은 일에 집중하면 당연히 많은 걸 성취할 순 없다. 이런 식으로 살면서 시간이 좀 흐르면, 내가 해낸 일의 개수는 당연히 줄어들게 되어있다. 그러나 내가 착수한 일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진다. 정말 커진다. 올해 내가 하게 될 일은 정말 몇 안 된다. 책을 하나 쓰고, 여행을 떠나고, 글쓰기 수업을 하나 열 것이다. 그걸로 끝.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내게 100%로 돌아온다. 업무 성과표를 도넛 그래프에 옮겨 넣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모습이 영 미덥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저 바쁨을 위해 바쁜 것보다는 이게 훨씬 더 괜찮아 보인다.


    아 물론, 나도 가끔은 미끄러진다. 우리 삶을 볼모로 삼는 바쁜 삶의 함정에 도로 빠져버릴 때가 있다는 말이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시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내 초점을 바로잡는다. 인생 전체에 걸쳐 계속되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면 싸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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