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EFL 에세이, 논문 작성
나는 영어 쓰기와 관련된 시험을 두 가지 분류로 나눈다. 하나는 30분 이내에 1-2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쓰는 시험, 또 다른 하나는 정형화된 목차와 구조를 가진 보고서나 논문 형식의 글을 써서 제출하는 시험.
30분 이내에 글을 쓰는 경우는 TOEFL, 미국 대학 입학시험인 SAT나 미국대학원 입학시험인 GRE에서 마주치게 되는 시험이다. 요즘은 주어진 시간 내에 빠르게 에세이를 써내는 시험들이 사라지거나 선택형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인데, 아마 이번 글에서 말하게 될 나의 에세이 쓰는 방식을 비슷한 형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와 별개로, 우리와 같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제한 시간을 두고 1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의 영어 에세이를 쓰라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30분 안에 에세이를 완성하지 못한다는 것이 대학교나 대학원을 진학해서 몇 주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도 좋은 글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몇 주의 시간이 주어진 후에, 여러 가지 문헌을 참고할 수 있고, 스스로 자신의 글을 계속 읽고 수정할 수 있다면, 30분 안에 글을 완성했는지에 대한 여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시험 점수가 필요했을 당시에, 나의 불만사항이 정해진 시스템에 반영될 리는 없었고, 나는 30분 안에 어떠한 주장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 의견을 뒷받침하는 타당한 근거들을 적절하게 나열하는 연습을 해야 했다. 아마 전공이 수학 공식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30분 안에 쓰는 에세이도 나에게는 주요 논지를 간결하게 담은 서론, 세 가지 다른 소스의 뒷받침 근거를 담은 본론, 그리고 서론과 본론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며 주장을 재강조하는 결론으로 이루어진 큰 함수나 공식이었다. 이 에세이라는 함수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뱉게 하려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에세이 답안에서, 서론에서 알맞은 방향이 설정되어야 했고, 본론에서 그 방향에 맞는 적절한 내용의 근거들이 세 가지 이상 필요했다. 주장하는 내용과 합치되는 각기 다른 종류의 적절한 근거를 담은 본론은 최소 세 개의 문단으로 구성되어야 했기 때문에,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과정이 아니라, 생각은 이미 정리되었고 글만 30분 동안 써내려 가야 1페이지 이상의 에세이가 완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매 시험마다 달라지는 에세이 시험 주제를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정리된 상태로 시험에 임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다가 떠오르게 된 생각은 에세이 시험 주제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에세이 주제를 대응해서 다양한 형태의 근거들을 떠올려보면 어떠할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세 문단의 본론을 작성한다면, 첫 번째 문단은 소설을, 두 번째 문단은 심리학 이론을, 세 번째 문단은 나의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길 바랐다. 이 방향으로 계획이 정리되자, 나는 3-5 권 정도의 단편 소설을 골랐고, 인터넷에서 심리학 이론을 잔뜩 모은 문서를 탐독했고, 나의 일상 경험을 간간히 회상했다. 어떤 주제가 나와도 소설, 심리학, 나의 일상 경험에서 각각 한 갈래의 이야기를 뽑아 세 문단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과정까지는 내가 영어로 바로 쓰기보다, 한국어로 쓰는 연습을 먼저 하고 있었다.
30분 안에 영어 에세이를 쓰기 연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이 에세이를 이루는 단어와 문법이 탄탄하게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 소설 속 주인공의 깨달음과 심리학 실험의 굉장한 발견 등이 주제에 알맞게 선정되고 고려된다고 해도, 이 내용을 전달하는 문장에 오타나, 문법적 오류, 그리고 표현적 어색함이 있다면, 이 에세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적절하고 매끄럽게 전달될 수 없을 것이다.
단어나 문법은 암기와 연습으로 보완될 수 있는 방면에, 영어 작문에서 표현적 어색함을 특히 30분 안에, 찾아내고 고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어 표현에 대한 빠른 이해와 향상은 짧은 시간 안에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영어문장을 단순화하는데 집중했다. 여기서 단순화의 의미는 어려운 단어를 가져오기보다 상대적으로 흔하고 쉬운 단어이지만, 의미 전달에 혼동이 없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 방식을 사용하자, 문장 구성이 단순해진 느낌은 있었지만, 의미 전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여러 번의 주어진 시간 안에 완성하는 에세이 시험이 지난 후에,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주어진 시간 안에 완성하는 에세이 시험은 철저하게 나의 생각과 문체가 반영되는 과정인 반면에, 논문 작성은 다른 논문들을 참고한 나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의 논문 초안을 읽은 여러 사람들이 준 의견을 이해하고 취합한 후에 알맞게 하나의 완성된 논문으로 뽑아내는 과정이다. 여러 사람들의 코멘트는 자칫 하나의 방향만 바라보고 갈 수도 있는 논문의 진행상태를 보완해줄 수 있지만, 코멘트에 각자의 생각이 엇갈리게 반영된 경우는 현실성을 고려해서 논문의 발전방향과 가장 맞는 코멘트를 뽑아내서 반영해야 한다. 나의 첫 번째 논문은 컴퓨터 과학 배경을 가진 나를 중심으로 통계학, 유행병학, 생물학 및 보건행정학의 학문적 배경을 가진 교수 4 명과 함께 작성된 후에 완성되었다. 상대적으로 컴퓨터 과학에 가까운 통계학 교수의 조언은 인공지능 방법론과 현실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얻었다. 유행병학 교수의 조언은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및 의학적 해석을 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구조와 방향을 계획하는데 많이 반영되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속 특정 원소 간의 관계를 해석하고 싶을 때, 현실적으로 모든 금속이온을 일대일 대응으로 다 비교할 수 없었고, 정부기관의 제안이나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의 경향을 살펴봤을 때 필요한 그룹의 원소들을 미리 선택하고 지정할 수 있었다. 의료센터의 연구는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생각을 떠올리고 입증하기보다 대부분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의료 및 건강 문제에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했다. 통계학과 유행병학 교수들의 조언은 내가 알고 있는 분야와 연결이 되어서 논문 작성에 적용하기 수월했던 반면에, 생물학 교수의 조언은 문장마다 문헌을 찾으면서 공부해야 했다. 특히, 태아와 태반과 관련된 생물 분야의 교수의 조언은 그동안 배워왔던 생물 분야와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낯선 용어들로 구성된, 새로워서 흥미롭지만 또한 어려운 그런 내용이었다. 생물학 교수의 조언에 대하여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조언 내용들이 내 논문의 정체성을 인공지능 방법 논문과 생물학적 분석 논문 사이 어느 지점에 고정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조언의 세세한 내용과 관련 문헌들을 읽어 나가면서 너무 특정적인 어떤 문헌은 제외했던 기억이 난다. 보건행정 교수는 논문 속 영어 쓰기에 대한 코멘트를 몇 가지 달아주었다.
나의 첫 번째 논문이 완료된 후에, 지도교수를 선택하는 시점이 왔을 때, 난 주저 없이 통계학 교수님과 유행병학 교수님을 공동 지도교수로 선택했다. 방법론을 개발하고 개발된 방법을 데이터에 적용하는 것은 나에게 꽤나 이상적인 연구 형태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