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는 가을
그대의 얼굴을 잃어버린 자리가 있다
바람이 지나가면
그 자리는 여전히 가볍게 흔들린다
이제 그대는 내게 없는 것
내게 다시 오지 않을 것
내가 그리운 그 자리에 한 줌의 바람처럼 남았다
살아있다는 것은 이렇게
바람에 스며드는 시간처럼
끝없는 빈자리로 남는다
한 마디로 다 할 수 없고
어떤 마음도 끝내 담을 수 없으니
그대는 그저 나의 빈자리 속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으로 남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대의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
발을 내디딘다
그러나 발끝이 닿는 곳은
이미 늦어버린 자리가 되어
차가운 가을빛 속에
어느새 스러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