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돌담 위로
매화 한 송이 떨어지고
바람은 내 어깨를 스치듯 지나간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흩어지던 보리쌀처럼
기억은 서서히 녹아내린다
저녁 무렵
장독대 그림자가 길어질 때면
마당 한켠에 쪼그려 앉아
달빛 아래 피어나는
할미꽃 향기를 맡곤 했지
시간은 얼마나 많은 것을
씻어 내려보냈을까
이제는 희미해진 그날의 풍경
마음 한구석에 아련히 남아있는
봄날의 단상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뻐꾸기 울음소리에
어린 날의 그리움이 묻어난다
구름 한 자락
하늘을 건너가듯
추억은 살며시 스쳐간다
그렇게 봄은
또다시 찾아와
내 마음에 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