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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by 아무개


나는

오늘도 나를

가만히 구긴다

종이비행기처럼,

한 모서리씩 접히는 하루


먼지 낀 창문 너머로

바람이 흘러간다

내 속에 남은 말들

아직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반쯤 접힌 채

저녁 공기 속을 배회한다


울음은 소리 없이

머그잔에 녹고

눈물은 얼룩으로

햇살을 삼킨다

달은 오늘도,

찻잔 위에 동그랗게 내려앉고


가끔은

다정한 척 하지 않아도

괜찮지

흠뻑 젖은 구름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때로는

다 젖었다가

다 식어도

그걸로,

충분한 밤이 있다


나는 오늘,

누군가의 안부에

조금 느슨하게

대답한다

잘 지내,

라는 말이

자꾸만 흘러내려

발목을 적신다


그래도,

오늘은

살아내었다

돌돌 말린 하루 끝에서

나는 다시

창문을 연다

아무도 없는 방,

하지만

작고 투명한 내 숨이

아직,

내 곁에 있다


이 밤,

잠들지 않는 마음 위로

가만가만

별이 스며든다


내일은

조금 덜 울어도

좋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한 번 더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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