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근한 마음이 고일 때마다 나는 시를 씁니다
잡으려 하면 달아나고
버리려 하면 아프게 박히는 당신의 문장들을
나는 이제 꽉 쥔 주먹을 펴기로 합니다
새로운 것을 쥐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가락 사이로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그 바람의 감촉이 너무 좋아서
우리는 서로의 손바닥에
무슨 계절을 적어주고 싶어 기다리는 걸까요
간절한 기도에 신이 침묵으로 응답하듯
나는 당신의 안부를 가만가만 읽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함도 아니고
무언가를 더 얻어내려는 욕심도 아닙니다
다만,
나의 가난한 손등 위로
소소리 부는 당신이라는 바람
그 무용한 다정함에
나의 온 생을 걸어보고 싶을 뿐입니다
꽉 쥐지 않아서
비로소 내 것이 되는 당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