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이 있어서 우리는 숨을 쉰다

by 김태양


뭉근한 마음이 고일 때마다 나는 시를 씁니다

잡으려 하면 달아나고

버리려 하면 아프게 박히는 당신의 문장들을


나는 이제 꽉 쥔 주먹을 펴기로 합니다

새로운 것을 쥐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가락 사이로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그 바람의 감촉이 너무 좋아서


우리는 서로의 손바닥에

무슨 계절을 적어주고 싶어 기다리는 걸까요

간절한 기도에 신이 침묵으로 응답하듯

나는 당신의 안부를 가만가만 읽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함도 아니고

무언가를 더 얻어내려는 욕심도 아닙니다


다만,

나의 가난한 손등 위로

소소리 부는 당신이라는 바람

그 무용한 다정함에

나의 온 생을 걸어보고 싶을 뿐입니다


꽉 쥐지 않아서

비로소 내 것이 되는 당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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