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바람이었고, 나는 그 바람을 머금은 빈 의자였다.

백7

by 태연


나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기억을 머금는 축음기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사라진 계절들이 남긴 길 위에서 바늘은 결을 따라 흐르며

음악은 변하면서도 같았고, 같으면서도 달랐다


세상은 덩그러니 남은 밑둥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자라났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내 그림자가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 것들을


나는 세상을 걸어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내 발자국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오래된 찻잔에 남은 얼룩처럼
시간이 내 안에 스며들었을 뿐


나를 잊은 문들을 그리워하는 열쇠,
손때 묻은 지갑 속,

잔잔한 숨결이 남아 있는 사진 한 장,
그 모든 것들이 내 안을 지나가고,
나는 그것을 조용히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안다

이 삶은 손 위에 잠시 내려앉은 새 같아서,

머물지만 소유할 수 없고

날아가지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삶은 나를 붙잡을 수도 없고

나 또한 삶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삶은 바람이었고, 나는 그 바람을 머금은 빈 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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