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신호를 느끼는 단맛
'봄동미역된장국'

고난을 견딘 존재가 전해주는 깊은 향기

by 태연하게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봄동은 거친 땅을 견디고 올라온 단단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채소가 스스로 부드러워지며 내면의 단맛을 내뿜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 그 기다림 끝에 만나는 정갈한 한 그릇을 나누고 싶다.


1. 재료와 지혜


봄동

추위를 견디느라 땅에 낮게 엎드린 채 자란 잎은 그만큼 두껍고 아삭하다.

거친 겉잎도 열을 가해 볶으면 고소한 버터 향을 내는 반전의 즐거움을 준다.

미역

바다의 미네랄을 응축한 식재료로 장을 편안하게 돕는다.

땅의 봄동과 바다의 미역이 만나 서로의 부족한 질감과 맛을 보완하는 조합이다.

당근 & 양파

은은한 단맛과 색감을 더하는 조연들.

뒤에서 맛의 중심을 잡아주며 전체적인 풍미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된장 & 채수

발효의 깊은 맛과 채소 본연의 맑은 기운을 연결한다.


2. 마음 준비

봄동 손질: 잎을 하나씩 떼어 흙을 털어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채소 정돈: 당근은 적당한 크기로, 양파는 결을 따라 채 썬다.

미역 준비: 씻어서 물기를 빼두고, 한 입 크기로 정돈하여 준비한다.


3. 조리 리듬

물 볶기(Water Sauté): 기름 대신 바닥이 깔릴 정도의 소량의 물로 채소를 볶는다.

소화력이 떨어진 겨울에는 기름보다 물 볶기를 추천한다. 채소 본연의 깨끗한 맛을 살리고, 재료가 가진 수

분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

기다림의 순서: 봄동 → 양파 → 당근 → 미역 순으로 볶는다. 봄동에서 고소한 버터 향이 올라올 때 비로소 다음 재료를 넣고, 물이 줄어들면 조금씩 보충하며 볶는다.

무위(無爲): 채소를 볶을 때 가능하면 뒤적거리지 않는다. 채소 스스로 열을 받아들여 부드러워질 시간을 충분히 지켜보는 시간이다. 나는 그저 지켜보며 무위의 시간을 즐긴다.

된장 풀기: 미리 채수에 된장을 곱게 풀어둔다.

끓는 국물에서 된장이 뭉치지 않고 고르게 퍼져, 맛이 겉돌지 않고 재료 속속들이 배어들게 한다.

마무리: 채수를 붓고 끓기 시작하면 된장을 넣는다. 봄동이 부드럽게 이완될 때까지 한소끔 끓여낸다.


4. 오감 즐기기

거칠었던 봄동이 부드러워지며 내뿜는 내면의 단맛을 음미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구수함이 입안을 편안하게 감싼다.


오늘의 한 줄

"단단한 채소가 자신을 비워 부드러워질 때 단맛이 배어 나오듯, 사람 또한 스스로를 비울 때 비로소 고유의 가치가 드러난다."



작가의 이전글제주의 귀한 선물 '구좌 당근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