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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엽시계 Apr 23. 2022

낡은 사진첩 속의 사진으로 남는 사람들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컴퓨터의 음악 파일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를 들어봤다.     


그 노래는 1986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노래.

지금도 방송 등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는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라는 노래.     

당시 그 노래를 들었을 때 한 편의 클래식 한 음악과 잔잔한 한 편의 시 같은 가사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세월의 흐름 속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해간다.     

얼굴과 머리에 세월이라는 나이가 표시되고 자신이 가졌던 사고와 삶의 방식 등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변화의 모습을 정작 나 자신만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주위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기도 한다.

"너 많이 변했어"라는 이야기.     

누구나 한두 번쯤은 주위 사람들한테 들어봤음직 한 말일 것이다.     


나 역시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삶의 흐름 속에 나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청년 시절 그때는 누구보다 세상을 정의롭게 살아갈 자신이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 자신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어느 시점에 지금 나의 모습이 과거 내가 다짐하고 되고자 했던 모습이 아님에 실망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코 실망하거나 괴롭지 않다.

내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은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내가 변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니 내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과거와 달리 많이 변한 모습의 친구를 보며 그 친구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너 왜 이렇게 많이 변했어?‘라면서.     




사람은 참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 자신이 변한 것은 그렇게 온갖 핑계를 대가며 합리화를 시키면서도 내 주위의 사람들이 변해 가는 것은 왜 그렇게도 서운하고 화가 나는지 말이다.     


내 추억 속에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상대방은 변하지 않고 내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간직해 주고 있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 하나뿐일까?     


지금의 나는 노래 가사처럼 과거 순수했던 그대로의 모습의 나는 분명 아니다.


비록 나의 모습과 삶의 환경은 조금씩 변해 가더라도 그가 나를 좋게 기억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변하지 않고 그가 기억하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에게 나는 언제나 아름답게 기억되는 낡은 사진첩 속의 아름다운 사진으로 남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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