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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엽시계 Mar 18. 2022

아버지 월급날의 추억

아버지의 통닭

정말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인 것 같다.    

 

무슨 치킨 프랜차이즈는 그리 많은지 전문 가맹 회사 숫자를 세기가 버거울 정도.

숫자가 많은 만큼 치킨의 판매량도 어마어마하다.     


나는 예전에는 치킨을 조금 싫어하는 편이었지만,

아내가 치킨을 아주 좋아해서 옆에서 같이 먹다 보니 지금은 조금 좋아하게 됐다.     

지금은 프라이드치킨이 치킨의 약칭이 되었다.

양념치킨, 훈제치킨 등이 있지만 대개는 프라이드치킨이 많이 소비되는 영향 일 것이다..     


프라이드치킨이라고 하면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에 강제로 끌려 온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아픔이 서려있는 프라이드치킨.     

바로 그러한 흑인들의 애환이 담긴 프라이드치킨은 커넬 샌더스의 새로운 조리법으로

만들어지고 그러한 결과로 지금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할아버지의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한국의 경제적인 여건이 좋아져서 우리의 아이들은 과거 세대와는 다르게 치킨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전화로 주문하거나 배달 어플을 통하여 너무나 쉽게 우리의 안방으로 들어오시는 치느님.

     

나와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당시에는 모두가 어렵게 살아서 소고기는 고사하고 치킨 한 마리 사 먹기도 쉽지 않았다.     


지금이야 치킨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엔 통닭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흔히 생각하는 프라이드치킨은 할아버지 표 치킨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생긴 걸로 알고 있다.    


당시의 일반적인 치킨은 지금의 치킨처럼 빛깔 고운 치킨이 아니라,

바로 기름에 바싹 튀긴 옛날 통닭과 그릴에 익히는 전기구이 통닭이다.     


바로 진정한 우리 대한민국의 치킨. 아니 통닭.     




나와 같은 기억을 하는 세대는,

통닭은 바로 우리의 아버지의 월급날과 같이 기억될 것이다.     

월급날이 아니면 술 한잔하신 아버지가 기분이 좋아 사 오신 통닭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최소 3명 이상의 형제들이 아버지가 사 오신 통닭을 나눠 먹었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속도를 내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형제들의 모습.     


아버지의 월급날이면 잠도 자지 않고 아버지를 기다리던 수많은 어린이들.

  

월급날에 늦은 저녁 술 한잔하신 얼굴에 술 냄새를 풍기며 내미시는 노란 이 봉투.

그 봉투 안에는 "나를 잡아 잡"라고 말하며 자태를 뽐내는 기름 머금은 통닭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아마 그때 먹었던 통닭의 맛은 가히 최고의 맛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을까?     




단순히 그 통닭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 속에 그 통닭은 그냥 통닭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담겨 있어 더 맛있게 추억되는 것일 것이다.     


지금은 배달로 너무나 쉽게 우리의 안방에서 쉽게 치킨을 접할 수 있지만 때로는 늦은 저녁 술 한잔하시고 나를 위해 들고 오시던 아버지의 통닭이 그리워지는 건 비단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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