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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엽시계 Mar 19. 2022

어머니! 당신도 여자이자 누군가의 딸이었군요.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다.

어머니란 존재는 모두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있을까?     

     

내가 어릴 때 아프면 저의 곁에서 저를 간호해주시고 나와 형제를 두 손에 버쩍 들어 올리시는 슈퍼맨 같은 존재의 어머니.     

당신이 아플 실 때도 항상 "나는 괜찮다"라는 말만 하시는 어머니.          

그러한 어머니의 존재는 자녀들에게 있어 마음의 고향 그 자체 일 것이다.     




성인이 된 나에게도 "밥은 먹었니?"라며 항상 나의 끼니를 걱정해 주시고,

큰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밤새 나를 위해 기도하시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내 자식들의 엄마 아빠가 된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나 일지라도 나는 언제나 어머니의 등에 업혀 응석을 부리는 영원한 어린아이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홀로 된 어머니가 인생 황혼기에 좋은 남자를 만나신다거나,     

혹은 그 남자와 재혼을 하겠다고 자녀들에게 이야기라도 건네면     

     

자녀 1 : 엄마도 이제 좋은 남자 만나 여자로서 행복을 찾아야지     

자녀 2 : 엄마가 무슨 여자냐?  엄마는 그냥 엄마지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자녀의 모습과 그 사이에 고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TV에 등장하곤 한다.     

     

항상 내 곁에 계시던 영원한 내 편이 이제 나를 떠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고 엄마도 여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삼류 막장 드라마처럼 언젠가 내 것이 될 어머니의 재산을 지키기 위함일까?          


만약 어머니의 어머니, 할머니라면 어떻게 반응하셨을까?     

만약 혼자된 나의 딸이 좋은 남자를 만나 새 출발을 하겠다면 과연 반대를 할 수 있을까?     

     



늘 우리를 지켜 주시는 수호신 같은 존재의 어머니이기에,     

우리는 어머니를 엄마라는 존재로만 정의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 곁에 계시지 않는 나의 어머니.      

언젠가 TV의 한 장면을 보시다가 눈물이 글썽이는 얼굴로 내게 하신 말씀이 지금도 선명하다.     

     

엄마 : "오늘이 니 외할머니 생신이다."     

  나  : "아! 그래요? 근데 엄마 지금 우세요? 왜 우세요?"     

엄마 : "우리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런다."      

    

당시 팔순을 바라보시던 나의 어머니.     

이 세상 누구보다 강인한 모습을 보여 주셨던 나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도 당신의 어머니가 보고 싶으시다며 눈물을 보이셨다.     

     



자녀들이 볼 때는 세상 누구보다 강한 분이시고 손자. 손녀들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할머니이기도 한 우리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도 당신의 기억 속의 어머니한테는 등에 업혀 응석을 부리고, 과자가 먹고 싶을 때 달려가서 용돈 달라며 손을 내밀던 바로 세상모르고 뛰어놀던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어머니 아니 엄마도 분명 한 사람의 여인이고 힘들 때 자신의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은 한 명의 어린아이 일 수도 있다는 사실.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다"라는 그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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