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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yimpact Jan 17. 2021

어떤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4. 네 번째 연애편지

안, 녕!

요즘 우리의 대화는 주로 '나의 진로'에 관한 것들이 많잖아. 너를 만나기 전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었어. 내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고민과 행동의 연속들이었던 것 같아. 에리히 프롬이 말한 생산적인 일, '내'가 계획하고 만들어내고 내 작업의 결과를 볼 수 있는 일에 해당하는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 내가 기대하던 창조적인 활동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의사결정자의 의지에 따라야만 하는 끝없이 펼쳐진 컨베이어 벨트에 또 놓인 기분이 들었어.


이런 비슷한 감정과 생각이 들 때 나는 늘 해결의 실마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려고 했고, 그때 곁에 있던 연인들은 그런 나로 인해 관계의 힘이 약해질까를 두려워했어. 그래서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방어했고, 누군가는 방관했으며 누군가는 도망쳤어. 그때마다 나의 선택은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되 내 선택을 계속 밀고 나갔던 것 같아. 이번 경우에도 나는 또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너와의 관계를 잃을까 두려움을 갖기도 했어.


그런데, 너는 나의 선택을 지지해줬어. 그리고 나의 선택이 더 잘 다듬어질 수 있도록 네가 아는 지식과 의견과 자료를 아낌없이 전달해줬어. 그 모습에서 나는 연인으로부터 진정한 존중을 받고 있음을 느꼈어. 나의 모습 그대로를 보고 그 나름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너의 마음이, '있는 그대로의 나'가 너와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걸 느꼈어.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 하나는 완전히 상대를 지배하고 고통스럽게 해서 비밀을 알아내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랑. 사랑을 주면서 나 자신을 찾아내고 발견하고 두 사람을 발견하고 인간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무척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은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


어떤 경우에도, 나에게 사랑을 주는 네가 멋진 사람이고 그런 너에게 사랑받는 내가 행운아라는 것에 감사해.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어떤 경우,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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