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넘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화장품 산업에 있다가, 우연히 창업하고 들어오게 된 패션 산업은 가히 스펙터클하다고 느껴집니다.
패션산업은 인적집약적 산업이기에, 사람의 욕망과 특성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단가 후려치기와 말 바꾸기, 책임 미루기’ 등 친구를 적으로 만들 수 있는 행위들이 비즈니스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다른 산업에서도 사바사, 회바회, 케바케겠지만요.) 오늘도 혈압이 머리끝까지 올라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히 월요일까지 나온다던 샘플은 목요일 오후에서야 나오고, 단가는 어느새 1,500원이 스리슬쩍 더 올라가 있었습니다. 수량이 많지 않아서 작업일정이 뒤로 밀렸다는 내용도 후통보를 받았고, 늦게 받은 샘플의 퀄리티는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샘플 퀄리티에 대한 항의를 하자, 샘플비만 내고 다른 데서 하라는 배 째라는 식의 피드백만 받을 뿐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와 - 이런 산업에 내가 왜 들어왔을까,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걸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배우는 산업이다. 사람의 다양한 행태와 이기를 경험하니까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나는 산업이다. 정말 별로인 분들도 있지만, 진짜 보석 같은 좋은 분을 만날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답니다. 물론 발품과 기회비용을 많이 써야 하는 이슈가 있지만요. 그리고 저 또한 후자가 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데이터 사회에서 데이터가 아닌 직관으로 움직이는데, 직관을 배움과 동시에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열망과 노력을 하게 됩니다.
글을 쓰고 보니, 창업하면서 얻은 것은 돈보다 정신승리인 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