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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yimpact Dec 20. 2020

내 모든 선택은 당신이었습니다.

2. 넷플릭스 파도가 지나간 자리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선택하게 된 배경

결혼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그녀가 꺼낸 말이 인상적이었는지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나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때론 그의 어떤 행동들은 이해할 수 없어.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를 경멸할 때가 있어."라고. 사랑한다는 것이 마냥 아름다운 풍경만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아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너무 현실적인 그녀의 발언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사랑의 달콤한 순간들을 순간으로 남겨두기 싫어서 함께하기로 결심을 하고, 함께하는 시간들이 쌓여 신뢰하고 그렇게 성숙한 사랑을 할 거라 꿈꿨습니다. 그러나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그의 행동이나 생각이 내가 이해 못 할 어떤 도덕적인 선을 넘는다면 그렇다고 해도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고 고민을 하던 중,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가 눈에 띄어 보게 되었습니다. (리뷰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쓰듯이 작성했습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The Light Between Oceans, 2016)

- 감독 : 데릭 시엔프랜스 

- 장르 : 로맨스/멜로/드라마 | 원작 '바다 사이 등대'


https://youtu.be/aOTaa4bqfnI


줄거리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주인공 '톰'은 전쟁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사람들을 피해 외딴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합니다. 그는 우연히 만나게 된 '이자벨'을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집니다. 처음엔 이자벨의 마음을 거부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있는 섬으로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 결혼을 결심합니다. 단 둘이 있는 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두 사람 사이의 사랑으로 이자벨은 임신을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를 두 번이나 잃고 깊은 슬픔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톰은 파도에 떠밀려온 배 안에 죽은 남자와 울고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합니다. 성실한 등대지기 '톰'은 모든 일을 보고해 윗선에 알려왔지만 아내의 간곡한 부탁에 보고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그렇게 아이를 자신의 딸 '루시'로 받아들이고 완벽한 가정을 이루며 평화롭게 보내던 중 아이의 친엄마 '한나'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톰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고자 편지를 쓰거나, 배에 아기와 함께 있던 유품인 딸랑이를 한나에게 보냅니다. 한나는 딸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 수소문했고 톰의 집에 방문했던 블루이가 제보해 루시는 한나에게도 보내지고 톰은 법정에 서게 됩니다. 이자벨은 톰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고 미워했지만, 톰이 '살인죄'로 죽을 수도 있을 거란 이야기에 톰에게 달려가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톰과 이사벨은 루시를 잃고, 딸을 그리워하며 지내다 이사벨이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다음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포토


사랑의 또 다른 말, 선택


사랑하기로 선택했으니까.

이 영화는 잔잔하고 광활한 자연의 영상미와 함께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압권이야. 당신이 보면 정말 좋아할 거 같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톰과 이사벨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마음을 편지에 담아 주고받는 모습이야. 톰이 이사벨에게, 이사벨이 톰에게 쓴 편지는 고전적이지만 진심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메시지거든. 톰이 이사벨을 사랑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편지를 보낼 때 왜인지 내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어. 사랑이 무감각했던 그를 살아 숨 쉬는 사람으로 만들었잖아!!(편지를 자주 써야 할 명분이 생겼어!) 톰의 편지에 대답하는 이사벨은 정말 사랑스러워. 


이자벨에게. 
이자벨, 난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에요. 내 감정을 털어놔도 괜찮단 걸 몰랐죠
이제는 말할게요. 내 섬과 내 삶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게 와준다면 평생 보살펴줄게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좋은 남편이 되겠습니다
나만큼 야누스가 마음에 들길 빌어요.


Isabel, I'm not too good with words. Never have been. I guess I never knew it was all right to talk about the things I felt. So, here it goes. I'd love to show you my island and my life. And if you do decide to come, I promise I will take care of you always. And I'll do my very best to be a good husband. I hope you will like Janus as much as I do. 
@다음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포토
톰에게. 
처음 본 순간부터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그 후로 당신과 함께할 나날을 꿈꿨죠. 
함께 가정을 꾸릴 나날들. 과거의 고통에서 해방될 나날들. 
그러니까… 청혼했던 내 마음이 그대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네”예요. 
네, 천 번도 더 대답할게요.


Tom, when I first saw you, I felt like I knew you, and I couldn't stop seeing my life with you. And building a family together. One that isn't stuck in the pain of the past. And so, if you're asking me if my proposition still stands, then my answer is "yes." Yes. A thousand times, “yes”. 


당신을 선택하기로 선택했으니까. 

톰은 자신이 이해하기 어렵고 힘들지만 파도에 떠내려온 아이를 키우겠다는 이자벨의 선택을 존중했어. 현실적인 그였기에 언젠가 잘못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을 했을 거야. 그럼에도 그는 이사벨을 사랑하니까, 이사벨이 원하는 대로 그녀의 선택을 따른 거야. 그리고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 이사벨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이 모든 일을 만들었다고 말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더라도 지켜주고 싶었던 거지. 이 장면에서 이사벨이 좀 원망스러웠어. 아무리 아이를 빼앗겨서 정신을 잃었다 해도, 톰이 위험에 빠지게 두는 건 화가 나더라고.(아직 내가 아이를 갖고 낳아서 길러보지 않아서 함부로 이야기를 하는 걸 수도 있지만 말이야.) 


톰은 사랑하는 사람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려 할 때, 그것마저도 사랑으로 같이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하지만 당신에게 부탁할게. 너무 비극적인 선택은 하지 말아줘. 사실 두렵거든.) 아까 이사벨을 원망한다고 했지만, 나 또한 이사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생각지 못한 또는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때 그 선택마저도 사랑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웠던 건, 톰이 루시의 친엄마 '한나'의 존재를 알았을 때, 바로 이사벨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는 왜 이사벨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미리 이야기를 했더라면, 이사벨과 어떻게 할지 같이 논의했더라면 영화 속 그들의 삶과 관계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나 또한 너를 선택하기로 선택했지만, 우리 그 선택들에 대해서 많이 오래 대화를 나누자.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다음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포토


+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용서 

루시(그레이스)의 친엄마 한나의 독일인 남편 '프랑크'는 영화에 아주 짧게 등장하는데, 그가 한나에게 한 말이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았어. 당시 미국에서는 독일인에 대해 경멸하고 심한 차별을 했는데, 프랑크가 한나에게 이렇게 말해. "용서는 한 번만 하면 되니까. 누굴 증오하려면 온종일, 매일, 평생 해야 해. 나쁜 생각들을 계속 떠올리면서. 그게 더 힘들지."라고. 한나도 남편 프랑크를 떠올리며 루시를 데려간 톰과 이사벨을 용서할 수 있었던 거 같아. 용서하긴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용서하는 것이 진정 딸 그레이스를 위한 선택일 테니까. 우리도 늘 용서하며 살자. 그렇게 사랑하면서 살자. 


@넷플릭스 파도가 지나간 자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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