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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yimpact Dec 17. 2020

너와 나의 '영화'에 대한 시선

1. 넷플릭스 결혼 이야기

'결혼 이야기'를 선택하게 된 배경

사귄 지 얼마 안 된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 반갑고 소중한 나머지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도 애정을 꾹꾹 눌러 담아 하고 있습니다. 성적 욕망이 아닌, 사랑이 담긴 스킨십으로 서로에게 무언의 애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설레는 일인지에 대해서 열을 내면서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소한 표현들이 사라질 때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잃고 그렇게 관계가 식어가는 것 같다며. 그를 만나기 전 보았던 영화 '*결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2019)

- 감독/각본/제작 : 노아 바움백

- 장르 : 드라마 / 배급사 : NETFLIX 넷플릭스


https://youtu.be/BHi-a1n8t7M


줄거리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 찰리 바버와 아내 니콜. 그 둘의 이야기는 이혼 직전 서로에 대해 좋은 점을 적어보고 읽는데 바버는 니콜의 장점들을 나열하고 니콜은 자신이 쓴 글을 읽기 버거워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니콜은 한 때 십 대 영화 여배우로 활동했었고, 마침 LA 할리우드에서 TV 드라마의 주연으로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받아 친정집으로 들어갑니다. 찰리는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를 위한 작품이 한창이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니콜은 찰리와 한 약속을 깨고 변호사 '노라'를 만나고, 노라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왜 가정을 깨려고 하는지 속마음을 이야기합니다.


니콜은 찰리와 함께 하면서 그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가정생활이 유지되면서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획사의 무대 매니저와 바람을 핀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노라를 변호사로 고용합니다. 니콜은 자신의 집으로 온 찰리에게 이혼 서류를 건네고 찰리 또한 변호사를 구하러 다닙니다. 아들 헨리에 대한 양육권에 대한 분쟁이 짙어지면서 찰리는 소송에서 유리한 방법 중 하나로 LA에 아파트를 임대합니다. 지난한 소송의 과정들이 나옵니다. 변호사들 몰래 둘은 찰리의 아파트에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차분하게 시작한 대화는 격분하고 서로에게 저주를 퍼붓는 말싸움으로 번집니다.


@결혼 이야기 중


결국, 니콜이 양육권을 가져오는 것으로 이혼 소송은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1년 뒤, 찰리와 니콜이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찰리의 브로드웨이 공연은 성공했고, 니콜은 드라마 감독이 되어 자신의 드라마가 에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일 때문에 LA로 이사 오게 된 찰리는 헨리가 어떤 글을 읽는 것을 보는데 그것은 부부 상담을 받을 때 니콜이 찰리의 좋은 점을 적어둔 글이었습니다. 헨리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찰리는 감정이 고양되고 그런 모습을 니콜은 바라봅니다. 찰리가 헨리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양보하고 헤어지려는 찰나, 니콜은 찰리의 풀린 신발끈을 묶어줍니다. 그 둘은 그렇게 각자의 삶으로 걸어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너의 시선

왜 나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한 건지, 이 영화를 보는 너는 어떠했을지 궁금했어. 또 네가 말한 작은 스킨십에 대한 이야기도 영화의 어떤 부분에 나오는지도 궁금했고.(내가 이 영화를 보라고 하면서 말한 작은 스킨십은 영화 대사 속 한 구절도 나오지 않았다. 상상을 한 건지, 다른 영화와 헛갈린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튼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게 된 영화였어.


@결혼 이야기 중


서로의 장점에 대해서 말하라는 상담 장면에 처음 나오잖아. 처음에 찰리가 니콜에 대한 장점들이 나올 때 행복했던 그들의 모습들이 같이 등장해. 저렇게 행복했던 사람들이 왜 헤어졌을까 싶었어. 니콜이 찰리를 떠난 이유를 변호사 노라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왜 찰리는 니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래도 자신의 일이 중요한 찰리니까 일 이외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걸까? 싶더라. 누구나 삶의 우선순위는 자기 자신이 되는데 그렇게 될 때 함께하는 반려자(연인이든 결혼한 사람이든)가 소외감을 느낄 수 있잖아. 이 부분을 어떻게 조율해나가야 할지, 그리고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우리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인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더라.


사랑하는 관계에서 자기다움을 잃는다는  
너무 슬픈 일이고,
혹시라도 우리가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어.


마지막에 아들 헨리가 니콜이 찰리의 장점들을 적은 글을 읽을 때 마음이 뭔가 먹먹했어. 그렇게 둘의 결혼 이야기가 진짜 끝이 난다는 느낌을 느꼈어. 예전에 미국에 갔을 때 기념일마다 만난 가족이 있었는데 남편, 아내 그리고 예전 아내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이 정말 잘 지내서 나조차 편안했거든. 돌이켜보면 부부 사이에 '아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 비록 결혼한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 났지만, 연결고리가 되는 아이를 위해서 서로 인간애는 남겨두는 게 아닌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나 혹은 주연이 되고 싶지 않아. 나는 행복하고 싶어.


무거웠지만 너의 마음과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 영화를 보면서 했던 수많은 질문과 생각의 끝에는 니가 있었어. 그리고 너의 아팠던 상처가 떠올라 나도 마음이 아팠어. 이제 너의 곁에는 내가 있으니까 아프지 않게 하고 싶어, 만약 힘들고 아픈일이 있다면 다시는 혼자 눕게 하지 않을거야. 옆에 함께 있을게. 영화 추천해줘서 고마워.


나의 시선

내가 너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한 건, 내가 가끔 스칼렛 요한슨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데(지극히 개인적인, 지극히 주관적인) 이 영화에서 연기가 정말이지 끝내줘. 또 영화 패터슨을 통해 알게 된 애덤 드라이버랑 변호사 로라 던이 연기를 정말 정말 잘했기 때문이야. 아카데미상에서 6개 부문에서 후보로 오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영화를 보면 왜인지를 알 수 있어.


@https://www.facebook.com/marriagestory/photos/a.885135918528777/1007958362913198


나는 개인적으로 변호사 노라에게 찰리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설명하면서 니콜이 그 당시에 느꼈던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을 가장 인상 깊었어. 첫 만남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니콜의 모습이, 섹스보다 대화가 좋았다는 니콜의 말이 여전히 니콜은 찰리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아직 사랑하는데 니콜이 노라를 변호사로 선임한 지점에 대해서 왜 그랬을지 생각해봤는데 처음 만나서 사랑할 때와 지금의 간극이 너무 커서가 아닐까 싶어. 또, 그렇게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 생활에서 자신의 의미가 공허하다고 느꼈나 싶기도 해.


찰리가 LA에 아파트를 얻고 아들 헨리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서 평가하는 여자분 앞에서 갖은 노력을 다하잖아. 그림도 걸고, 아이와 놀아주려고 애쓰고 음식을 만들고. 그러다가 실수로 자신의 팔을 깊게 베어버리고, 급히 평가관은 자리를 뜨고. 서랍에 붕대를 찾으려고 하는데 반대로 열고, 부딪히고, 또 다치고. 그렇게 주방 바닥에 누워버린 찰리의 모습이 생각이 나. 나도 한때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서, 그 자리에 드러누운 적이 있거든.


가만히  자리에 누워있으면 
문제는 해결되진 않지만,
그리고 굉장히 우스꽝스럽지만 
그래야   같거든.


@https://www.facebook.com/marriagestory/photos/a.885135918528777/1039628366412864/


너무 무거운 주제의 영화를 추천해서 미안해. 그래도, 나는 같이 좋은 작품을 보고 싶었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은 자연스럽고 또 자연스럽게 내 삶에 흘러들어와서 나에게 질문을 많이 던져주거든. 이 영화는 딱 그래. 소중한 너를 잃지 않도록, 늘 네가 너다움을 유지할 수 있게 존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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