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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yimpact Dec 24. 2020

아픔이 있다는 건, 어쩌면 축복일지 몰라.

2. 두 번째 연애편지

안, 녕?

당신과 만남을 이어간 지 어느새 한 계절을 깊숙이 느낄 정도로 깊어졌어.

오늘 당신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루 종일 나누면서, 아니 어떤 이야기를 깊이 나누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꼈던 것 같아.


당신이 오래 사랑했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질투와 부러움, 어떤 애절한 사랑하는 그 마음, 그리고 안도감 등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느꼈어. 그래, 사랑한다는 건 이런 거지. 내가 평소 느끼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내 몸을 맡기고 나라는 인간을 더 알아가는 것. 흥미로우면서도 불안하고 쿨하고 담담하면서도 실은 찌질한 것. 그런 게 사랑이 아닐까 싶어.

너와 같이 본 사려니숲길 속 하늘


나는, 늘 나의 변덕이 두려웠어. 나의 마음이, 현재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마음이 나중에 쉬이 변할 수 있는 것. 어느 순간 내가 상대가 아닌 나를 더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그러므로 이별을 담담하게 혹은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더라.


수많은 그 연인들이 내게 인연으로 남지 못하고 어떤 캐캐 묵은 추억이 된 건 내 덕이 아니었을까 싶은 그런 마음. 그래서 너도 두렵다고 했어. 나의 지난한 연애사가, 과거가 너를 두렵게 하는 것 같아. 그런데 그거 알아? 나도 너의 과거로 인해 우리의 미래가 두려울 때가 있다는 걸 말이야.


호방하게 웃어도, 웃고 툴툴 넘기는 것 같아도 실은 두려운 걸. 그런데 너와 연인으로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 날, 나는 오히려 너의 과거들에 감사했어. 그 아프고 애절하고 사랑했던 그 시절의 네가 있었기에 나를 만나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



@tripadviser
나란히 누워
밤하늘에 별을 헤아렸다

너는 여섯개의 별을
나는 열 개의 별을 헤아렸다

너는 보지 못한 네 개의 별을 아쉬워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하늘이었다

같은 하늘, 엄지용


너의 지난 과거의 연인들에게 축복의 기도를 했어. 제발 잘 살아주세요. 그래서 우리의 만남이 의미가 있기를 바라요 라고, 우리 그렇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만나는데 나는 너로 인해 앞으로의 사랑이 두렵지 않아 졌어.(또 교만해. 그게 나지, 그게 내 모습이지.)

우리는 상처로, 그렇게 만날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지금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잖아. 감사해. 메리 크리스마스! 내년에도 함께 크리스마스를 같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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