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씨. 내일이 계약 종료 날인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계약 연장이 힘들 것 같아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좋은 기회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게 내가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일했던 계약직 종료 하루 전, 카카오톡으로 통보받은 내용이다. 그렇게 난 다시 백수가 됐다.
8월 28일 오후 3-4시경 코로나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되며 우리 회사 또한 그 규제 속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31일이 계약 종료였던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계약이 한 달만 더 남았더라도 이렇게 불안하진 않을 텐데 이 불안감은 대체 뭘까 하며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그럼 다음 달은 무급휴가가 주어지려나..? 아 그럼 곤란한데. 그래도 아무래도 유급은 힘들겠지. 혹시 계약을 안 하시진 않겠지, 일단 이건 최악의 상황이니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한 주간 무급휴가를 생각하고 플랜을 짜 보자’
그런다고 세워지는 계획은 없었다. 주말이 되면 항상 세우기만 하는 계획들을 이번 일주일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에 거기에 미치니 한주 정도는 돈을 안 벌어도 크게 타격은 없겠다 싶었다. 집 밖에도 못 나가니 오랜만에 집에서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생각과 계획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원래도 실행 속도가 더딘 대표님이지만 다음 주 관련해서 주말이 다 가도록 먼저 연락을 주시질 않는 것이었다.
나도 불안한 건 매한가지였기 때문에 먼저 슬쩍 물어보기로 했다. 카톡을 읽고도 한참 아무 말이 없으시던 대표님은 위와 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지셨다.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으로 이미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한 번 거쳤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기가 이렇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루 남기고 퇴사 통보와 다름없는 통보를 카톡으로만 남긴다는 것이.
사실 이건 나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더 열받아했다. 정작 나는 덤덤했다. 원래 이런 분이란 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주변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힘입어 나도 답문을 남겼다. 이번 휴업 기간 일을 못 하게 되는 건 알겠지만 1, 2주라도 정리할 시간을 줄 수는 없겠냐고. 그 부분만 부탁을 드리겠다고.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과 더불어.
대표님은 연락을 받지 않으셨다. 카카오톡 대화창의 1은 사라졌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고, 그 와중에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바꾸시는 여유를 보였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지만 믿기 힘들었다. 재계약이 안 돼서? 직장이 사라지고 다시 백수로 돌아가서? 아니다. 그런 건 사실 생각보다 덤덤해서 나도 놀랐다. 이런 사람과, 이런 사람 밑에서 6개월을 있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시간들이 아깝다고 느끼기 충분한 경험이었다.
다음날이자 마지막 출근날이 돼버린 월요일, 역시나 대표님은 나오지도 않으셨고 나올 기미도 없어 보였다. 대충 일을 마치고 회사에 남아있는 물건을 정리해 가져왔다. 고작 6개월 있었는데도 기분이 이상했다. 이 이상한 기분이 어떤 것에서 비롯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기분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제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언제 다시 집 밖을 나올지 몰라 덥수룩해진 머리나 정리하러 가야겠다고 미용실을 다녀왔다. 보통 여자들이 기분 전환하기 위해 머리 자른다는 말이 새삼 이해가 갔다.
머리를 자르고 밖에 나오니 축 가라앉은 듯한 공기와 비가 내릴 듯 말 듯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무신경한 척 다시 집으로 향하면서 짐이 들어있는 종이백을 보며 생각했다.
“아. 근데 내일부터 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