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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영 Mar 09. 2016

세상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

유럽 여행#2 프랑스 남부 여행 - 모나코와 에즈 빌리지

2016년 2월 19일, 모나코로 가는 버스.


마치 고3 때 책만 펴면 졸음이 쏟아지던 것처럼 여행지에서 버스를 탈 때마다 졸음이 쏟아진다. 그렇게 망통에서 모나코로 향하는 길의 아름다운 차창 밖 풍경은 상상 속에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모나코는 세계에서 바티칸시국 다음으로 작은 도시 국가지만, 카지노 관광산업이 발달해서 국민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나라가 굴러간다고 한다. 모나코에 도착하고 나서 처음으로 간 곳은 왕궁이었다. 때에 따라 입장이 가능한 날도 있고 불가능한 날도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날은 왕궁에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입장료가 꽤 비싸서 입장이 가능했더라도 안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1시에 이곳에 다시 돌아와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로 하고 거리를 걸었다.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세인트 니콜라스 대성당. 그레이스 켈리가 잠들어 유명해졌다고 한다. 유명세에 걸맞지 않은 소소한 규모의 무덤이었지만 시들지 않은 꽃이 무덤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쓸쓸해 보이진 않았다. 






성당에서 나와 이어져있는 길을 걷다 보면 모나코의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들이 나온다. 


한 눈에 내려다보는 모나코의 모습. 요트로 가득찬 바닷가가 인상적이다.




모나코의 해양박물관. 규모가 커서 볼거리가 풍성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인지 비싼 입장료가 약간 아깝게 느껴졌던 곳이다. 반면에 같이 갔던 성철이 형은 이곳에서 더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굉장히 아쉬워하기도 했다. 박물관 구경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수족관에서 신기하게 생긴 해파리나 물고기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박물관 옥상으로 올라가면 모나코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또 다른 뷰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유럽에 온 이후로 근위병 교대식을 한 번도 보지 못해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여차하면 모나코에서도 보지 못할 뻔했다.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시간이 많이 흘렀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교대식 5분 전에 박물관을 뛰쳐나오다시피 했다. 거의 5분 동안 배낭과 카메라 가방을 든 채 전력 질주하여 겨우 교대식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구경하기 어렵기도 했고, 생각보다 멋있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보았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그렇게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진땀을 뺀 우리들은 나무 그늘에서 10분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출발했다. 항구에 정박해있는 요트들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해변을 따라 낮은 지대로 걸어 내려갔다.  


모나코의 부의 상징 요트들.  나도 이런 요트하나 있었으면...;; 


카지노로 유명한 '몬테카를로'로 가는 길.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에메랄드 빛 바닷물이 예쁘게 반짝거린다. 중심가엔 온갖 명품 가게와 카지노 그리고 반짝거리는 요트 등 부의 상징들이 즐비한데 해변가엔 아무도 손대지 않은 듯한 순수한 빛깔의 바다가 있다. 너무 많은 것을 갖춘, 조금은 질투 나는 도시다.


입장이 무료인 카지노를 들어가봤는데 하는 방법도 모르겠고 생각보다 재미도 없어보였다. 다행이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작은 마을, 에즈 빌리지

여행할만한 니스 근교 도시들에 대해 알아볼 때, 가이드 북 한 구석에서 에즈 빌리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규모가 작고 아기자기해서 모나코와 함께 보기 좋은 여행지 정도로만 소개가 되어있었는데, 이곳을 방문했던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에즈 빌리지 꼭대기에서 본 그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 중에서 단 한 장면만 기억할 수 있다고 하면 난 에즈 빌리지에서 본 풍경을 택할 것이다. 


모나코에서 에즈빌리지로 가는 길.


에즈 빌리지에 도착하고 나서 지도를 얻기 위해 곧장 관광 안내 센터로 갔다. 직원이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이것저것 설명해 주긴 하는데 마지막에 한 말이 조금 이상하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얼마나 걸리냐는 우리의 질문에 15분이라고 대답한다. 50분을 잘못 말한 게 아닌가 싶어서 다시 물어봐도 여전히 15분이라 대답한다. 천천히 둘러봐도 30분이면 다 본다는 직원의 말에, 겨우 30분 보러 두 시간을 달려온 것인가 하는 허탈감마저 들었다.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길은 꽤나 재미있었다. 이 좁은 마을을 이루는 길들이 미로 같이 얽혀있어서 조금만 한눈을 팔고 이끌리는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조금 전에 봤던 골목이 다시 나오기도 한다. 어차피 우리가 타야 하는 버스는 2시간 뒤에나 오기 때문에 정말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았다.


마치 미로를 헤매 듯 에즈를 누비고 다녔다. 
에즈 빌리지를 올라가는 길에 예쁜 그림들이 많다. 특히나 색감이 독특했던 그림.



사진도 찍고, 꽃도 구경하고, 음식점에서 뭘 파는지 기웃거리기도 하느라 올라가기만 하는데도 30분이 넘게 걸렸다. 꼭대기에 올라가니 매표소가 있었고 표를 구입해야지만 더 올라갈 수 있었다. 치사하게 이걸 돈을 받나 싶어서 그냥 돌아갈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러고 싶지는 않았기에 입장료를 지불하고 전망대에 올랐다. 그리고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여긴 무조건 입장료 받아야겠네.  


만약 내 지인이 에즈 빌리지를 방문하게 된다면, 눈 앞에 대충 보이는 것만으로 별거 없을 것이라 판단하지 말고,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꼭 들어갈 것을 권할 것이다.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을 수 없는, 정말 멋지고 웅장한 풍경이었다. 


멋진 경치에 맑은 하늘까지 도와서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다지 넓지도 않은 그곳에서 30분 동안 경치만 바라보아도 마냥 좋았다. 그곳에서 노을 지는 걸 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다.


정상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에즈빌리지를 내려왔다. 바쁜 와중에도 성당은 잠시 들러 사진을 남겼다. 




니스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게 버스가 도착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여유 있게 둘러보면서 내려와도 되는 거였는데. 심지어 니스로 가는 동안 앉지도 못한 채 차가 엄청나게 막히는 바람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는 점만 빼면, 이 날의 일정은 거의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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