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일기#1 2016.01.20
드디어 출국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교환학생을 다녀온다고 말한 시점이 너무 늦었던 걸까. 교환학생의 기간은 고작 6개월이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교환학생을 핑계 삼아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선생님을 찾아뵐 기회였는데 출국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서 결국 못 만나고 가는 사람이 많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데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로 떠나는 전날이 되니 긴장감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어머니와 할머니께서는 걱정이 많이 되시나 보다.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눈물을 보이셨다.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실수록 보란 듯이 좋은 경험하고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공항으로 도착했고 환전을 마쳤다. 2만 원 아끼기 위해 와이파이가 수시로 끊기는 곳에서 엄청나게 짜증 나는 외환은행 사이버환전을 (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등록, 개인정보 수정 등을 추가로 해야) 했고, 그 2만 원으로 점심을 공짜로 먹은 셈이 되었다. 탑승 마감시간 1시간 전쯤, 탑승 수속을 위해 혼자 게이트로 들어가는데 그때부터 '이제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들어온 배낭이 왠지 모르게 더 무겁게 느껴지고 입고 있던 옷도 더 덥게 느껴진다. 누군가가 옆에서 같이 있어준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부모님이라면 더더욱.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긴 했지만, 역시나 아무 문제없이 탑승수속을 모두 마치고 이렇게 비행기에 탑승하여 교환학생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말,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모든 것을 나 혼자 결정하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세상. 기대와 설렘, 걱정이 오묘하게 뒤섞인 감정이 나를 더 두근두근 하게 만든다.
좋은 출발이다.
25kg의 캐리어와 9kg의 백팩을 메고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에 여행을 즐겨했으면 무거운 짐가방에 적응이라도 했을 테지만, 나는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 무거운 짐덩이들과 함께 걷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그래도 숙소를 공항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아서 다행이다. 이 상황에서 숙소까지 멀었다면... 그냥 공항에서 자는걸 택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싼 비행기를 찾다 보니 밤늦게 도착하는 것에 대해서 별 생각을 안 했다. 근데, 밤에 도착하면 숙소까지는 어떻게 이동하지? 버스는 다니나? 물어볼 사람은 있으려나? 뒤늦게 생각할 게 많았다. 참 다행히도, 코펜하겐에는 12시에 사람도 다녔고, 지하철도 다녔고 숙소 체크인도 가능했다. 그래, 준비가 안되어있어도 어떻게든 되는 것 같아. 이런 게 또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니까.(라고 합리화를 해본다.)
호스텔 월드에서 숙소를 예약했을 때 가격이 저렴해서 dormitory를 신청했는데 실제로 dormitory라는 형태의 숙소를 이용한 건 처음이었다. 약간 충격적이었던 건 혼숙이었다는 점인데, 그 덕분에 옷도 완전히 편한 상태(?)로 갈아입을 수는 없었다. 물론 자유로운 서양 아저씨들은 편한 상태로 주무시는 분들도 몇 분 계시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게스트하우스도 비슷한 형태가 있지만 혼숙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도 개의치 않는 것 같아서 의연한 척 하긴 했지만 아직은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개방적인 사람들...
공항 사진 몇 장을 제외하고는 이 날은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았다. 캐리어와 가방을 버리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국 나는 덴마크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인사하자, 반가워 덴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