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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영 Jan 26. 2016

덴마크에 내 방이 생겼다.

교환학생 일기#2 2016.01.21

2016년 1월 21일, 날이 밝았고 긴장감 때문에 나는 쉽게 눈을 떴다. 


DTU의 acommodation office 근무시간은  10:00~14:00시이다. 이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키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또 하루 숙소를 잡아야만 한다. 긴장감을 안은 채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알람을 듣지 않고도 눈이 떠졌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비싼 아침밥을  사 먹은 뒤(이 당시에는 비싼 줄도 몰랐다.) DTU로 출발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찾아올 때는 주위의 계시던 아저씨께 목적지를 말씀드리자 대신 표를 끊어주시고 게이트까지 알려주셔서 쉽게 찾아올 수 있었는데, 매번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대중교통을 끊는 방법을 이해해야 했다. 덴마크의 대중교통은 좀 신기한 점이 있는데, 도시들이 존(Zone)이라는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zone을 이동하는 만큼 운임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얼마를 내는거라고...?ㅠㅠ


예를 들어 내가 3 존과 4 존을 거쳐가면 두 개의 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같은 존 안에 있는 도시들 사이에서 이동하더라도  기본요금이 두개의 존을 이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어서 상당히 요금이 비싼 편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8천 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대신 목적지를 정해서 표를 끊으면 버스든 s-tog 든 metro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래도 비싸다!)


아직 핸드폰을 개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은 오로지 공용 와이파에만 의존해야 했고, 그래서 이미 DTU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구글에 뭔가를 검색해보거나 하는 건 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면서 길을 찾아갔다. 길이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버스의 행선지가 덴마크어로 적혀있어서 방향을 찾는 게 조금 헷갈렸다. 


DTU 에 도착해서는 먼저 와있는 친구에게 짐을 잠시 맡기고 accommodation office 에 다녀왔다. 그 친구 덕분에 일을 쉽게 할 수 있었고, 린넨 백도 받아왔다. 받아 든 키로 처음으로 내 방문을 열었다.

오! 여기가 내 방이구나! 


처음엔 조금 휑했지만 옷장도 크고 짐이 많지는 않아서 방 정리가 쉽게 됐다. 별게 없긴 하지만 딱히 춥지도 않고 1인실인 데다가 침대도 폭신폭신하다. 스탠드 디자인도 북유럽 스타일. 제법 마음에 든다.


바로 누워서 자고 싶은 몸 상태였지만 침구정리를 먼저 해야할 것 같았다. 상당히 힘들었다...


 원래는 눈을 좀 붙이려고 했는데, 방 정리를 하고 나니까 어느새 또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버렸다. 방 정리를 하기 전에 먼저 와있던 친구와 함께 간단하게 장을 봤고, 우리는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시도했다. 먼저 이곳에 와서 상당히 적응을 잘 하고 있는 듯한 친구는 이미 많은 요리들을 시도해본 것 같았다. 친구의 리드 하에 용감하게 국수를 삶았고(?) 베이컨과 버섯, 마늘, 치즈 등을 넣어 토마토 스파게티를 완성했다! 


솔직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배가 고팠거든.


오오, 이거 꽤나 먹을 만하네!


사실 재료들을 넣고 잘 섞기만 해도 완성이 될만한 쉬운 요리였기 때문에 별 걱정은 안 했지만 각각의 재료들을 얼마큼 넣어야 하는지, 국수는 너무 많지 않은지, 소스는 또 왜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등의 자잘한 고민거리들이 있었다. 그런 고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파게티는 (뭔가 빠진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있긴 했지만) 맛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요리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요리까지 직접 해 먹고 평소에 하지도 않던 설거지까지 하니 본격적으로 교환학생 라이프가 시작되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아직까지는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고 신선한 자극이기에 설거지나 요리마저도 재미있지만, 또 언제 이런 것들이 귀찮아질지 모르겠다. 되도록 그런 순간이 늦게 왔으면 좋겠다. 이런 경험들이 일상이 돼버리는 그런 순간엔 또 새로운 자극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도 될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정신없었던 하루라고 생각하면서 기숙사에서의 첫날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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