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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영 Sep 13. 2017

탄자니아에 가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봉사일기 #1


| 탄자니아에 가다

 죽기 전까지 꼭 한 번은 가겠다고 생각했던 아프리카였지만, 솔직히 이렇게 금방 가게 될 줄은 몰랐다. NIA(한국 정보화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해외 봉사 프로그램, 월드프렌즈 ICT 봉사단의 단원으로 선발되어 체류비와 항공료를 지원받아서 한 달 동안 아프리카로 봉사를 다녀오게 된 것이다. 대상 국가는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두 나라가 있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팀 4명은 '세렝게티 초원', '사파리',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는 곳인 탄자니아로 떠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세렝게티 초원을 직접 밟을 기회다!


 예상했던 대로, 아프리카는 저렴한 비행기 티켓 하나 끊고 휴가 떠나듯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말라리아, 황열, 파상풍, 장티푸스 주사를 양 팔에 두 대씩 맞아야 했고, 특히 황열 예방접종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가지고 가지 않으면 입국 자체가 거부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입국 수속 과정에서는 이 증명서를 검사하지는 않았다.) 인터넷에 정보도 잘 나오지 않아서 현지에 계신 교수님(박승용 교수님)과 수시로 연락하며 준비를 해야 했다. 그래도 비자발급 과정이나 안전 교육 등 많은 부분을 NIA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해주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해외배송으로 받고, 장도 보고 하니 어느덧 출국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교환학생 경험을 하며 해외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비행기를 그렇게 많이 타 봤는데도 막상 진짜 아프리카로 간다고 생각하니 설렘과 걱정이 반반씩 섞여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난기류에 비행기 멀미도 살짝 했다. 



| 드디어 탄자니아!

 7월 8일, 우리를 태운 카타르 항공의 비행기가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부터 '이곳이 아프리카다'라는 느낌을 팍팍 뿜어댄다. 머리 위로 떨어질 것 같은 형광등, 지저분하게 늘어져있는 전선들, 구석마다 보이는 거미줄까지.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모험(?)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게 정말 공항 천장이란 말인가?

특별할 게 없는 수속 과정을 마치고 세관에 짐을 통과시키려 하는데 가방이 뭔가 이상하다. 가방의 모서리 부분이 촉촉하고 향긋한 향기가 난다. 캐리어에 들어있던 바디워시가 안에서 잠금장치가 풀려 새어 나왔다. 밖에서는 함께 온 교수님들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기에 수습도 할 수 없었다. 급하게 휴지로 대충 닦은 후 캐리어를 대기 중이던 차에 실었다. 앞으로의 아프리카 생활이 파란만장할 것임을 암시하는 걸까, 덕분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두 시간 동안 캐리어만 빨아야 했다. 




 탄자니아는 차들이 왼쪽 도로를 따라 달린다. 영국처럼 운전대가 오른쪽에 달려 있고 거리에 보이는 차들은 대부분 도요타 차였다. 공항에서 출발하고 한동안은 반듯한 도로가 이어졌지만 이내 울퉁불퉁한 흙길로 변했다. 사실 '울퉁불퉁'이라는 표현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굴곡이 심한 길이었다. 태국 여행에서 돈 내고 체험했던 오프로드를 공짜로 다시 경험한 셈. 차선은커녕 길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곳으로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를 데리고 가는 사람, 도로 바로 옆에서 무심하게 걸어가는 사람, 거의 차에 치이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하는 사람들까지, 가는 내내 심심할 틈이 없다. 




'넬슨 만델라 대학교'에 도착하여 우리가 한 달 동안 머물 숙소의 키를 받았다. 대학원 학생들을 위해 지어졌다는 우리의 숙소는 생각보다 너무 깨끗하고 깔끔했다. 바닥에 보이는 바퀴벌레 시체들 몇 개를 빼면 정말 흠잡을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 들어가고 예상치 못한 쾌적함에 깜짝 놀랐다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바퀴벌레가 화들짝 놀라서 도망치는 게 보인다. 처음엔 바퀴벌레가 너무 징그러워서 때려잡지도 못하고 물을 뿌려서 죽이려 했는데, 뿌린 물 위를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바퀴벌레의 질긴 생명력에 감탄하게 된다. 몇 번을 보다 보니 징그럽다는 생각이 사라져서 보이는 대로 때려잡기 시작했고, 또 몇 번을 더 보다 보니 정이라도 들었는지 샤워를 하는 중에, 혹은 방에서 바퀴벌레가 보이면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니 이 친구들도 우리를 알아서 피하는지, 안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와이파이는 신호가 한 칸이 잡힐 듯 말 듯한데, 그 신호의 세기가 별로 의미는 없다. 카톡 메시지 하나 보내려면 최소한 3번씩은 시도해야 한다. 아, 그리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물도 안 나온다. 변기도 가끔 안 내려간다. 이유야 당연히 모르고, 아침에 일어나서 물이 나오면 기쁜 마음으로 씻고, 안 나오면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하고 말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면 짜증을 넘어 황당했을 테지만, '아프리카'라는 이름으로 내 눈 앞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로 했다. 


이 사진만 보면 다시 가고 싶어진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날씨가 좋다. 매일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건물들은 낮아서 그 사이사이로 항상 구름들이 보인다. 그리고 무성한 풀과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파란빛의 예쁜 새들도 있다. 새벽 공기는 상쾌하다. 이렇게 상쾌한 공기가 너무나 오랜만이라, 얼마 안 가서 그만둘 아침 조깅도 해본다.


탄자니아의 첫인상,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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