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출근 후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보는 걸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IT, 스포츠 등 거의 대부분의 뉴스를 찾아보는데, 그중 사회 면에서 빠지지 않는 기사 종류 중 하나가 법원의 판결에 관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성폭행한 20대, 2심에서 감형' 또는 '성폭행한 ㅇㅇ, 집행유예 선고'와 같은 기사를 많이 보게 됩니다.
저는 제목을 보고 클릭을 하면서 어떤 감형 사유가 있었겠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기사의 내용을 보면 아니나 다를까 합의와 같은 감형 사유가 존재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사를 쭉 내리다 보면 댓글들이 보이는데 대부분 단순히 감형이 되었다는 이유로 판결을 욕하거나 심지어 판결을 내린 판사를 심하게 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판결이 비판이나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합리적이어야겠죠.
혹시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왜 감형이 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방금 짧게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아마도 합의를 하는 것이 더 빨리 더 충분히 피해 구제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합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손해를 배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은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문을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내가 입은 손해와 더불어 정신적 손해(위자료)까지 받을 수가 있죠.
그러나 형사사건만 해도 1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흔하며 그 후에 민사소송의 결과까지 기다린다면 더욱 오래 걸릴 것인데, 만약 피해자가 피해로 당장 치료를 받아야 된다거나 다쳐서 일을 하지 못해서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한다면 모든 재판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가 힘들 겁니다.
또한, 가해자들은 수사단계에서는 기소유예를 받기 위해, 공판 단계에서는 실형을 면하기 위해 피해자와의 합의에 사활을 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돈보다 많은 돈을 제시를 하며 합의를 부탁하곤 하죠.
이런 이유들로 합의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면이 많으며, 피해자가 합의를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만약 법원에서 합의가 감형 사유가 되지 않는다면 가해자들에게는 합의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피해자와의 합의를 작량감경의 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런 뉴스를 보다 스크롤을 쭉 내리면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것보다 더 간편하게 나의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보입니다. 그냥 판사 욕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판결과 관련된 뉴스가 아니어도 많이 보이는 패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엔 뉴스의 베스트 댓글 제도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 댓글은 내가 기사를 완전히 이해하고 나의 주관을 가지기 전에 나를 잠식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회색분자가 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뉴스의 댓글 제도는 건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명목 하에 생겨났지만 지금은 정작 개인의 주관이 없어지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건전한 토론을 위해서라면 뉴스의 댓글창을 없애는 것이 맞지 않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