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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 May 13. 2020

2. 예민충이 사랑한 모닝플로우.

그리고 웃기는 짬뽕인 '짝퉁 yogi들'

한국에서의 요가와 외국에서의 요가, 특히 발리에서의 요가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예쁜 형형색색의 요가 복을 입고 풀 메이컵을 하고 예쁘고 아름답게 하는 다이어트를 위한,

 또는 유연성을 위한 운동이라고 하면

내가 여행하고 살았던 서양권 나라에서는 또는 발리에서의 요가는 

 명상이나 마음 수양에 좀 더 가깝다. 


그렇다고 스트레칭 동작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동작마다 들려오는 설명이 다르고, 숨쉬는 호흡의 길이가 다르고, 

또 내가 찢어야?하는 다리 각도 또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난 크리스천이라 딱히 종교적인 의식으로 요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요가원에서 조용하게 명상을 하는 그 시간이 좋다. 처음 발리에 왔을 때도 제일 먼저 머릿속에 찾아온 건 요가 원에 가보는 것이었지만 

그 머릿속에

 somehow 

찾아왔던 생각에 전혀 후회가 없을 정도로

 발리에서의 첫 요가 원 경험에 

엄청난 만족감과 고요함이 있었다.


 Yoga Barn 이라는 크고 유명한 요가 수련원에서 하는 요가인데

회당으로 돈을 지불할 수도 있고, 세 번, 열 번, 스무 번 한번에 지불 할 수도 있다. 

물론 한번에 많이 결제하면 엄청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번은 회당 2-3만원, 3회권은 회당 1만 5천원, 이번에 결제한 20번 바우쳐는 회당 6천원 정도이니, 

한국보다도 훨씬 저렴하고 질 높은 요가 수업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요가 시간 또한 한국처럼 50분 정도가 아닌 1시간반에서 1시간40분 정도인데

 애초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클래스가 진행 되다 보니

 고도의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동작들 외에도 

명상, 호흡, 그리고 호흡, 명상, 동작에 대한 간단한 배경지식, 설명까지도 한 클래스 안에서 모두 포함된다.

yoga barn 가는 길, 풀 냄새와 착찹한 아침 공기나 너무나 좋다.



자, 지금에서 내가 느꼈던 Yoga barn 에서의 특별함을 소개해 본다면? 

우선, 요가 스튜디오의 비주얼이다. 

스튜디오라는 단어가 속물적으로 느껴질 만큼 그 장소는

 지극히 자연적이다. 

클래스마다 다른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수련 장소도 여러 군데가 있는데, 각 장소마다 사방이 나무집으로 되어있고, 동서남북으로 바람과 햇살이 충분히 통할 수 있도록 뚫려 있으며, 요가를 하는 동안에 실 눈을 살짝 뜰 때마다 보이는 아름다운 숲의 풍경은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그 뿐만 아니라, 요가 원 내에서 종일 피우는 다양한 아로마 향 내음들, 풀벌레 소리, 새소리, 다람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소음이라 칭할 수도 있는 모든 소리들이 요가 하는 내내, 

그리고 

그 장소에 있는 시간 내내 머리와 마음을 탈탈 비워내게도 하고 향긋하고 풍요롭게도 한다.

 

아침을 준비하는 yogi들 


개인적으로 밤 9시가 조금 넘어선 시간이면 이미 뇌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명백한 아침형 인간인 나는

요가 시간 또한 제일 첫 시간 수업이 좋았다. 


보통 7시 

Morning flow 

로 칭하는 아침 클래스 인데 

사전 예약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30분 전에 도착해서 사인을 하고 스튜디오에서 자리를 잡아야 

맨 뒷자리에서 들리지 않아 전전긍긍하며 

행여나 간격이 좁아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하며 

눈칫밥 먹는 듯 불편한 수업을 피할 수 있다. 

아직도 매일 눈에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yoga barn 스튜디오



6시에 일어나서 집집마다 스쿠터를 동원하여 아침을 시작하는 발리 사람들의 바쁜 아침 풍경을 보면서 6시반쯤 요가 원에 도착해서 7시 수업에 사인하고 스튜디오에 멍하게 앉아 있으면 

명상을 굳이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이내 머리는 텅텅 비고, 아로마 향의 매력에 서서히 빠지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이 종을 댕~ 하고 울리면, 마음이 더 고요해 지면서 

깊은 숲에 혼자만 있는 것 같은 편안함과 시원함 마저 느낄 수 있다. 

첫 30분은 멍하게 따라 하다가 잠도 좀 깨워 보다가 명상도 하다가 사실 1시간이 좀 넘을 시간 즘이 되면, 배도 슬슬 고파오고,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살짝 나갈까 싶은 생각도 한번씩 찾아온다. 

그런 시간이 찾아오면

 딱 맞춰서 

모든 동작을 마치고 편안하게 누워서 눈을 감고 내 몸을 편하게 쉬어주는 시간이라고 선생님이 알려 주신다. 

그러면 안도의 숨을 쉬며 거의 졸 듯 말 듯, 마지막 동작인 편하게 누워 온 몸에 힘을 빼고 잠깐의 수면(난 그 짧은 순간 동안 매번 잠이 들었다.)시간을 마치고, 수련을 끝낼 준비를 한다. 


요가가 끝나고 나오면, 바로 앞 마당에 다양한 디톡스 관련 주스를 직접 착즙 하여 조제하고, 코코넛 주스 윗부분을 그 자리에서 잘라서 파는 Yoga barn 전용 매점이 있다. 

평상에 앉아서 한국보다는 배 이상으로 저렴한 코코넛 열매 속 주스를 마시는 행복은 발리에서

 혹시 굶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할 수가 없는 특별한 호사이다. 

요가원 내 각종 디톡스 음료와 유기농 스낵을 파는 '건강매점'
직접 착즙해서 파는 그린쥬스 새끼 손가락외 왜 저 모양인지는 알 수가 없다.

땀도 흘렸겠다, 밤새 뻐근했던 몸도 풀었겠다, 하루를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비워진 마음 속을 긍정적인 생각을 채우는 명상도 끝냈겠다, 평상에 앉아 상쾌한 아침 향기를 맡으며, 

막 하늘로 올라온 어린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코코넛 주스 한 모금 한 모금은

 나 뿐만 아닌 

이 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찾아가길 원하는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그런데, 조금 우습지만 다른 관점도 있다. 

앞서 거의 찬양 수준으로 소개한 발리의 상쾌한 아침과

신선한 요가 원 모습 소개에 발리 하면 모두의 영혼이 맑아 질 것만 같고, 모두가 행복을 찾으며, 영적으로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본인에게 그런 어마 무시한 변화가 찾아 왔음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 중의 

반은 가짜다. 

somehow 발견한 그림 황당해서 찍었다. 예술일까?

요가의 성지로 불리는 yoga barn 이 있는 ubud 에서는

 옷 차림새부터 hippy 에 가까운 워 너비 영적 고수인 듯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우스운 건, 온갖 주렁주렁 귀걸이며, 머리 스타일, 로프, 히피스타일의 바지 원피스 등 당장 마법의 구슬을 꺼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비주얼을 가지고도 

영혼과 소통하는 성스러운 모습은 요가 수업 시간에나 잠깐일 뿐 

요가원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들의 비주얼과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흡연량과 

입만 열면 욕 단어부터 마구 내뱉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추구하고 자칭하는 

영적 고수라는 호칭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결론은 반반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정말 삶의 온갖 풍파를 경험하고 발리에 와서 여유를 가지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굳이 요란한 옷차림을 하고 요가 원에 들어가서 수양을 하지 않더라도

 삶을 마주하는 생각과 자세가 많이 바뀌어

 마침내 진정한 행복을 찾고 현재를 살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로컬 친구도 인정할 만큼 이 곳에도 비주얼 만 화려한

'자칭' Spiritual men 들도 많다는 것이다. 

햇살이 행복하게 드는 행복한 요가원 


길을 걷다가 혹은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요가 원에서의 수업 중에 흔히 만나 볼 수 있는 

그 화려한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참 소란스럽고,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행여나 두들겨 맞기라도 할까봐 혼자

  몰래

웃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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