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숟가락 Mar 20. 2023

함께 소리 내 읽기는 힘이 세다

  저는 수업 내용을 글로 표현하고 수업 시간에 함께 읽습니다. 문단마다 한 학생에게 소리를 내어 읽기를 부탁하고, 다 읽으면 고맙다는 표현을 한 후 학생의 학습 정도에 따라 해설을 곁들입니다. 제가 수업하는 모든 반은 똑같은 글을 같이 읽지만, 글을 받아들이는 독자는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때로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그것을 해결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함께 읽는 방식의 수업을 의식적으로 피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개인적인 것으로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낭독할 때 더듬거렸습니다. 혼자 읽으면 그렇지 않은데, 교실에서 선생님이 교과서를 읽으라고 시키면 가슴부터 뛰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옛날 수업 시간에 책을 읽으며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친구들이 비웃었고 교사의 책망을 들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된 후 저와 비슷한 학생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함께 읽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통념적인 것으로 교과서를 읽고 밑줄을 긋는 수업이 ‘고리타분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교사 사이에서 널리 퍼져있습니다. 과거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에서 교과서는 성전이었고, 교사는 해설자 역할을 맡아 교과서 내용 중 출제 가능성으로 중요도를 나누어 밑줄, 별표 등으로 표시했습니다. 과거 수업에서 학생이 교과서를 읽는 도중 교사가 중요한 부분에서 멈추라고 하고 그 부분을 설명했습니다. 또는 갑자기 다른 학생을 시켜 수업의 집중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과거 여러 과목의 수업이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그때 학교를 다니고 교사가 된 사람들은 옛날 방식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수업을 찾았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 경험한 방식과 다르게, 초임 때 교과서를 재구성한 학습지를 만들고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해 수업했습니다.


  지금 제가 수업에서 사용하는 ‘함께 읽는 행위’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첫 번째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같이 듣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습니다. 제가 쓴 글에 동의하고 좋아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저의 글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도 제가 쓴 문장의 의도를 설명하고 독자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실행하는데, 그것은 저에게 도움이 됩니다. 혹시 제가 틀렸을 경우 고치면 제가 더 성장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교사와 학생이 대화하는 수업이 됩니다.


  두 번째, 함께 읽으면서 학습 능력 파악이 가능합니다. 읽기를 듣고 있으면 독자의 글 이해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세계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교실에 존재하는데 그들이 보내는 눈빛만으로는 수업 이해 정도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읽기를 꼭 해서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교사가 알아야 합니다. 다행히 한글은 읽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처음 시도하기는 편한데, 뜻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맨 앞자리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을 장착하고 매 수업 집중하는 중국에서 온 굉장히 성실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올바른 태도와 학습 능력이 비례할 줄 알았는데 읽기를 시켜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매일마다 하루 일과를 3 문장으로 요약해서 메시지로 주고받았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문법을 가르칠 수 있었고, 학생의 일상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낭독을 통해 난독증을 가진 사람과 함께 수업할 수 있습니다. ‘난독증(dyslexia)’이란 듣고 말하는 데는 별 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하지만 철자를 인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증상입니다. 그들에게는 글보다 소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다른 사람이 읽어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수업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수업을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숟가락이라 불리고 싶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