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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Mar 22. 2023

단점 고백의 효과

학생에게 교사의 부족한 점을 말할 때 좋은 점

  나는 수업시간에 나의 단점을 자주 고백한다. 3월 초 학생들과 처음 만날 때 내 인생의 주요 사건을 소개하는데 학창 시절 부모의 초졸 학력을 적기 부끄러워했던 일, 아버지 직업란에 목수라고 적지 않고 회사원이라고 거짓말한 일, 사춘기 때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졌던 일, 교사 초임시절 체벌을 했던 일 등 부족했던 과거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처음에는 완벽해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불가능한 목표라고 여기고, 한 번은 솔직한 모습을 보였더니 아이들이 흥미로워해 계속 고백하고 있다.


  나이 어린 학생 입장에서 자기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아는 것이 많아 보이는 사람의 단점을 알게 되면 위로받는다. '역시 신은 공평해'라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얻는다. 아이들은 완벽하지 않은 교사를 무시하지 않고 친근하게 생각한다. 이런 효과를 경험한 후, 요즘은 사소한 단점이라도 이야기를 만들어 부풀려서 말할 때도 있다.




  어느 날 우리 반 착한 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와서 심각하게 말한다.

“국어 시간에 책을 잘 못 읽는 친구가 있는데 다른 애들이 웃어서 상처를 받은 것 같아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내 흑역사를 다시 꺼내야 할 시간이다. 가르칠 수 있다면 내가 좀 망가져도 괜찮다.


저는 학창 시절 더듬거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혼자 읽으면 그러지 않았는데, 수업시간 선생님이 낭독을 시키면 심장이 크게 뛰면서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읽으면 친구들이 웃었습니다. 선생님에게 혼도 났구요. 고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그랬습니다. 교사가 되고 나서 저와 같은 학생들이 있을까 봐 읽기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키지 않더라도 다른 시간에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기에 생각을 바꿨습니다. 읽는 사람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예를 들어 목소리가 작은 친구가 읽으면 더 조용히 하거나 근처로 다가가서 들으면 됩니다. 읽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기다리면 되고, 어렵게 다 읽으면 수고했다고 말하면 됩니다. 오늘 읽을 기분이 아니거나 그냥 읽기 싫다면 다른 사람이 읽으면 됩니다. 어디를 읽는지 모른다면 알려주면 됩니다. 누구나 완벽할 순 없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도와줘도 될까요?”라고 먼저 묻고 함께 하면 됩니다. 저는 읽기 실력과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 소리 내서 읽기를 수업 시간에 하고 있습니다.


  말이 끝나자 모두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이해하는 눈치였다. 비웃은 사람을 찾아서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고, 벌을 부여하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이 앞으로 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그때마다 불쌍했던 교사가 떠오를 테니까.


  읽기를 힘들어 한 친구가 "그럼 어떻게 지금은 말을 잘하게 되었나요?"라고 질문을 한다. 교사가 되고 하루에 4시간 넘게 30명이 넘는 사람에게 말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좋아졌다고 대답했다. 단점을 피하지 않고, 좋아지려고 노력하고, 경험을 쌓았더니 나아졌다고도 말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과거를 기준으로 삼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진다고도 했다. 대답을 들은 그 친구가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다.




  만약 내가 학교 다닐 때 교사와 친구들이 도움을 주었다면 더 일찍 읽기 능력이 향상되었을 것이다. 자신감도 생겨 새로운 일에 도전할 마음이 더 커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었겠지?


  학생들의 부족한 능력을 쉽게 지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능력을 키워주라고 교사가 존재한다. 학생 각자가 알아들을 수 있게,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다른 것도 배울 마음이 생기게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을 만나다 보면 다짐을 잊고 불친절하게 대할 때도 있다. 그래서 쉬운 기준을 하나 세웠다. 동료교사에게 하는 것처럼 학생을 대하기로.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무실과 교실에서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데, 그 차이를 줄이면 교실이 더 행복해진다. 들으면 기분 좋을 단어를 선택하고, 상냥한 말투를 장착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형성해서 관계부터 좋게 만들어야 가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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