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편한 학교

by 숟가락

‘학부모가 편한 학교’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하나는 학부모가 찾아가기 어렵지 않은 학교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학부모를 학교(학생과 교직원)가 대하기가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두 가지 의미를 채우지 못한다. 의미를 완성하기 위해 학부모가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를 생각하면 어떤 감정이 들까?


첫 아이가 간 학교는 딱딱하고 형식적이었어요. 교육에 관심이 많아 기대를 하고 학교에 갔는데 환영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학부모회도 신입생 학부모가 들어가기 어려운 분위기고요. 담임선생님과 만날 때는 대립한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A학부모
저는 3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 이유는 단순해요. 너무 춥잖아요. 제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 처음 학교에 갔다 와서 말하는데 선생님이 코트를 벗으라고 했대요. 선생님도 추워서 코트를 입으면서 학생들에게 입지 말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 데 할 말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중학생 때는 학부모회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B학부모

‘학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인가요?’에 대한 학부모들의 대답이다. 학부모는 학교 가는 것이 편하지 않다. 학생과 교직원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만남이 이루어지지만 학부모는 시간을 내서 약속을 하고,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학교에 가서도 반기는 사람이 적고, 있을 공간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학교에 가지 않게 된다.


지금 학교와 학부모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학생, 교직원과 학부모가 어떤 사이인지 알아봐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은 부모 자식 사이지만 학교에서 만나면 불편하다. 나도 학창 시절 부모님이 학교에 올 일이 있으면 아는 척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지금 아이들을 봐도 학교에 온 보호자를 살갑게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쩌다가 학교에 온 학부모를 볼 때 교직원은 민원을 제기하려고 온 건 아닌지 불안한 눈빛을 드러내기도 한다. 학부모와 교직원 사이는 한마디로 어색하다. 어색해서 만남이 불편하다. 불편해서 자주 보지 않으려고 한다. 자주 만나지 않으니 서로를 모른다. 모르니 사이가 멀어진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교육 3주체로 꼽지만 학교 운영에서 학부모를 학생, 교직원과 동등한 위치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육행정기관은 학부모를 학교의 주체라기보다 가정교육을 책임지는 역할로 한정하고, 학교를 도와 학생이 올바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학부모를 가르치거나 계몽시켜야 하는 존재로 보고 학교 운영에 부차적인 역할만 맡기는 경우도 많다.


학부모 운동을 하면서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토론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학부모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초청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받았어요.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고, 심지어는 학부모는 무식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었어요. 어떤 장학사가 교사들과 대화가 되려면 공부를 많이 하셔야 된다고 말했거든요. 그때는 무시당한다고 생각했어요. -B학부모

학부모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학교 구성원들과 학교에서 쉽게, 자주, 편하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학교가 문을 먼저 열지 않으면 학부모자치는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학부모들은 지적한다. 특히 관리자가 학부모에게 학교를 개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청에서 학부모 활동 교육을 받고 단위 학교에서 실행하려고 하면 학교가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교장 선생님 생각에 따라 활동 여부가 많이 좌우되었어요. -B학부모
중학교에 갔을 때는 초등학교 때와 분위기가 전혀 달랐어요. 교장 선생님이 나서서 학부모를 환영하시고, 학부모교육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했어요. 그래서 학부모들이 편하게 학교에 가서 활동할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A학부모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학교의 정책이나 노력 정도이다. 학교는 학부모가 학교 교육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하고, 교직원이 나서서 학부모의 마음을 먼저 열면 학교와 학부모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학교장이 중심이 되어 학부모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매일 나와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꼭 무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으로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자주 마주칠 필요가 있다. 다음 학부모의 말과 같이 함께 있다 보면 새로운 상상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특별한 목적 없이 수다를 떨려고 모였어요. 학부모 상주실에서 이야기하다가 밥도 만들어 먹으면서 친해졌죠. 그렇게 두 달을 학교에 매일 나갔는데 누군가가 같이 책을 읽자고 했어요. 세 명이 동의해 책모임을 시작했는데, 선생님들이 그 소식을 듣고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렇게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책모임으로 발전했는데,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학부모와 교사의 관점이 달랐거든요. 한 선생님은 전근 가면서 학부모님과 책 읽는 이런 모임을 그 학교에서도 하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학교에 자주 오니까 학생, 교직원이 보는 눈빛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찾아와서 먹을 것 좀 달라고 하고, 선생님들하고 내 아이 얘기가 아니라 학교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B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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