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주체로 서는 학부모회

by 숟가락

학부모가 학교에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시간 부족, 기존 학부모회의 고착화, 학교에 대한 선입견, 학교의 폐쇄성 순으로 조사되었다(김현정・이종각, 「학교자치 실현을 위한 학부모 학교참여의 진단과 과제」, 『학부모학연구』 제6권 제2호, 한국학부모학회, 2019). 직장인 학부모가 참석 가능하도록 모임 시간을 조정하고, 학부모회를 민주적으로 조직하고, 학교가 마음의 문을 열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진심으로 학부모를 반갑게 맞이하고 머물 공간을 마련하면 좋다.

학부모가 학교에 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학교에 올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매일 아이 상담을 하기 위해 학교에 오기는 어렵다. 학교 교육에 학부모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면 좋다. 요즘 많은 학교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의 형태로 매점을 열고,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매점에 학부모가 상주하면서 지역 주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학교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학생자치회가 매점을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학부모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맛있게 제공한다는 취지에 공감해서 참여했는데, 3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죠. 학생들이 조합원이 되려면 보호자의 동의서를 비롯해 수많은 서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고생했죠. 그래도 학생들과 매점을 만들고 나니 더 자주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아요. -B학부모

그러나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할 일이 있는 것과 교육주체가 되는 것은 다르다. 신생아가 걸음을 익히는 데 1년 남짓한 시간이 걸리듯이, 학부모가 학교에서 교육주체로 서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국가가 교육 정책을 주도하고, 학교가 교육 정보를 독점하는 상태에서 학부모가 스스로 교육주체가 되기는 어렵다. 학부모를 교육주체로 설 수 있게 하는 힘과 장치가 필요하다.

학부모회를 중학교에서 담당하면서 몇 년 동안 체계를 잡아놓았어요. 아버지 학교를 열어 학부모 모두 학교에 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학부모회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제가 만들어놓았던 것이 금방 없어지더라고요. 지나서 생각해보니 교사인 내가 학부모회 계획, 운영, 평가까지 주도해서 학부모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그 점이 아쉬워요. -A교사
학부모회 회의에 선생님들이 참여했지만 논의를 이끌지는 않았어요. 학부모들이 주도해서 계획을 세우고 운영 방식을 결정하면 학교에서는 행정적 지원을 해주셨어요. 예산이 많이 필요한 강사를 추천해도 학부모들의 결정을 존중해서 어떻게든 해주시려고 노력하셨어요. -A학부모

학부모자치는 학부모끼리의 자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부모를 교육주체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학부모자치를 주제로 대화하는 자리(연수, 간담회 등)가 있으면 좋다. 학교 운영 과정에서 학부모회가 학생자치회, 교직원회와 연결되어야 한다.

학부모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면서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학부모회가 교육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가 밀접하게 연결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처리할 안건과 관련된 소위원회를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 만들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소위원회(예결산 소위원회, 학교 급식 소위원회 등)는 안건들을 사전에 조사하여 실질적인 논의가 되도록 한다. 학부모는 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학교 운영에 더 다가갈 수 있고, 직접 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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