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자치 찾지 않고 실천하기

by 숟가락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교자치의 모습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학교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학교 구성원이 학교교육과정을 함께 만드는 학교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특히 학부모가 학교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사례가 없었다. 그래서 나부터 돌아봤다. 2020년 자녀가 대안학교(수원 호매실에 위치하고 '자유'를 철학으로 하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었다. 아이 학교는 한 달에 한 번 반 모임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만나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함께 나눈다. 그렇지만 교사가 만든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주로 이야기했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학교교육과정을 성찰하고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학교 전체 모임에서 이야기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정기적으로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하나의 우주입니다. 한 명의 아이가 우리와 함께 하게 되면 그 아이를 위한 고유한 교육과정과 수업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인문학이 발전하고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아이들과 어떻게 만날 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텃밭 활동을 하더라도 단순히 농사하는 법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물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먹거리와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지속적으로 만나 고민하면 다양한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이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남에게 기대하지 않고, 다른 학교에서 찾지 않고, 내가 있는 공동체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나의 제안에 몇몇 학부모가 같이 학교교육과정을 살펴보기를 원했다. 앞으로 학부모가 먼저 학교교육과정을 고민하면서 교사를 초대하고, 학생의 의견을 청취하여 학교 구성원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공동체는 다 다르기 때문에 꼭 맞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맞춤복을 찾는 소비자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옷을 직접 만드는 재단사의 역할을 하면 어떨까? 재단사가 옷감, 가위, 바늘, 실로 딱 맞는 옷을 만들 듯 사람, 용기, 희망, 관계로 우리에게 맞는 공동체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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