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주도하여 학교 의견을 청취하면 좋은 점이 많다. 첫째, 의견을 편하게 낼 수 있다. 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있더라도 교직원에게 말하기가 부담스러워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데 학부모가 나서면 학생은 부모에게 말하는 것처럼, 학부모는 동료에게 말하는 것처럼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둘째, 의견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학교에 제기된 의견의 수용이 특정한 운영 방법, 특별한 사람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면 학교의견청취모델은 학교교육을 중심에 두고 학교 구성원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학부모는 내부인이자 외부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의견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셋째, 의견이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불만이나 부정적 견해가 학교에 직접 전달되지 않고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생, 교직원이 함께 논의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학 교 구성원 간의 오해가 줄어들고 신뢰가 두터워진다.
그렇다면 어떠한 과정과 방법을 통해 ‘학교의견청취모델’을 만들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보겠다.
1) 학부모회를 통해 학교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의견을 받을 때는 대면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의사소통은 언어적 표현과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이 함께 어우러져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보고 말해야 그 의도가 온전히 전달된다. 다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홈페이지, 가정통신문 등을 활용하되 직접 의견 청취가 필요할 때는 얼굴을 마주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2) 학부모회는 의견을 목록화하여 정리한다.
의견 중 단순 처리가 가능한 것과 학교 구성원이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을 구분한다. 정보 전달이 필요한 경우 학교에 정보를 요청하여 해당 사람에게 설명한다. 교육과정, 수업방법 등 학교 전체 논의가 필요한 경우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모여 해결 주체 및 방법을 결정한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들어야 할 때 학생자치회장, 학부모회장, 교장, 부장교사 등 자치기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주로 논의한다. 그러나 의제에 따라 논의 주체는 달라져야 한다. 대표들이 모여 그 의제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정하고 모임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과목 수업방법에 대한 의제로 논의할 때는 수업한 교사, 수강한 학생, 동교과 교사, 연구부 교사 등이 모여서 이야기한다. 의제마다 그에 맞는 사람으로 구성되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4) 학교 구성원 모두가 그 과정을 공유한다.
의견 제시, 논의 과정, 해결책 및 대안 마련의 과정이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적절히 설명되어야 한다. 또한 설명에 대한 의견을 받아 논의를 반복할 수도,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지난하고 만들어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5) 위 과정을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청취하는 기간을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의견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 시스템은 작동되어야 한다.
학교의견청취모델이 각 학교에 만들어지면 학생은 학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교직원은 민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으며, 학부모에게는 학교교육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교육주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다.
먼지가 쌓여가는 ‘건의함’이 치워지고, 번듯한 홈페이지 한 곳에 ‘게시판’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의견은 텅 비어있다. 우리의 말이 학교 구성원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면 학교의견청취모델도 건의함, 게시판과 비슷하게 사라져 갈 것이다.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서로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의 말도 귀하게 여기면 사람들이 믿기 시작할 것이다.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도 말을 했고, 누군가 들어주었다면 다음을 기다릴 수 있다. 만남과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