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구성원모두의 자치
학교자치기구 중에서 학생회, 학부모회는 교직원회와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학생회는 교사의 지도와 관리를 받아야 하고, 학부모회 역시 교직원의 지원과 안내를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부모회가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교원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손동빈 외, 「혁신미래학교의 토대로서 학교자치 실현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또한 현재 학생회가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생위원은 학교 법적 최고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학생, 학부모와 비교할 때 교사는 현재 학교에서 가장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교직원을 교사와 다른 구성원으로 나눌 때 교사는 인원이 많고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학교자치가 교사자치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민주주의와 자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몇몇 혁신학교에서는 소수의 교사가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회의가 핵심 사안에서 벗어나 주변부로 흘러버리는 현상, 소수의 소외 현상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윤석주, 「혁신학교의 민주적 학교 운영에 관한 질적 연구: 서울S초등학교의 교사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학교를 공동체로 변화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교직원회를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학교에는 교과교사, 담임교사 말고도 사서교사, 교육 복지사, 상담교사, 과학 실무사, 특수 실무사, 영양교사, 조리사, 학교보안관 등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있으며, 공동선(common good)을 위해 자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모든 교직원은 노동의 형태와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직원회에서도 모든 사람이 말할 수 있는 회의 주제, 각자에게 맞는 회의 방식 등을 찾아보자. 회의를 불편하게 여기고 참석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천천히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면 좋다.
학교가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만나는 자리가 정기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 자리에서는 각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학교 일을 바라보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관리자의 시각이 다르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동일한 현상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이루어졌던 여러 가지 일들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여러 사람 목소리가 모이면 학교 안의 낡은 것들을 바꿀 가능성이 열린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019년부터 실시한 ‘공동체자치위원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김미숙 외, 「혁신자치학교 2년차 성과분석 연구」). 이 위원회 구성은 교장, 교감, 교사 대표(6명), 학부모 대표(6명), 학생대표(5명)로 이루어졌고, 공동체 회의를 분기별로 개최하였다. 공동체 회의에서 학부모회, 교사회, 학생회가 제안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학교를 둘러싼 갈등이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실질적 토론 및 협의기구 역할을 하였다. 논의 내용은 학교 운영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상황에서 등교방식결정, 급식지도 문제, 원격수업 등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의 상황과 결정 사항을 알리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하였다. 회의에 참여한 학부모는 관리자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바뀌어 소통 과정이 풍부해져서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회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사 대신 교직원 대표가 포함되었다면 학교구성원 모두를 대표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