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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Aug 25. 2021

우리는 다 다르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교실 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다 다르다!


내가 담임교사를 할 때 사용하는 교실 철학이다.

급훈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교실 철학이라고 소개한다.

이 문장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기도 하지만 나의 다짐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교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특정한 기준으로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교사가 모범을 보이면 그 과정에서 아이들도 따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철학을 실행하기 위해 아침마다 교실 회의를 열어 대화하는 자리를 매일 마련했다.

실천 과정은 '교실에서 시작하는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브런치북(https://brunch.co.kr/brunchbook/libertyinclass)에 표현했다.

그러나 실천을 통해 '다름'을 완전히 이해했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는 없다.




학교에서는 학생을 모범 학생, 보통 학생, 문제 학생 3부류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업할 때는 주로 모범 학생과 눈을 맞추고,

상담할 때는 대부분 문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보통 학생들은 문제없이 잘 생활하기를 바랐다.

학생을 인간  자체로 보고, 개인을 이해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속으로 학생은 많고,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하다 생각하며

그 문제의 원인을 교육 시스템, 학교 상황 등으로 돌렸다.




우연히 책에서 나의 고민을 풀어줄 용어를 만났다.

그 단어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어려운 말이지만 의미를 이해하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란 말은 긍정의 의미를 전달한다. 사회적 유산이나 생명체의 풍부한 다양성을 드러내기 위해 문화다양성이나 생물다양성이란 말을 사용하듯이, 종류가 다른 뇌들이 풍부하다는 생각을 전달할 용어도 필요하다. 자폐성 장애 옹호자인 주디 싱어가 만든 ‘신경다양성’이란 용어는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등 여러 분야 연구의 최근 증거를 시의적절하게 설명하고, 정신건강에 관한 꼬리표를 단 사람들의 뇌에 손상과 기능장애가 나타나는 가운데도 가능성과 장래성이 밝게 빛나는 지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_토머스 암스트롱,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입니다The Power of Neurodiversity>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신경다양성은 인간 뇌의 다양한 모습을 긍정하고

장애를 ‘잘못’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신경다양성은 ‘차이’에 집중한다.

사람의 강점이나 재능을 찾고 그것을 발전시킨다.

연구자들은 뇌 연구를 통해 주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이제부터 아이들을 ‘신경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찾고,

아이들에게 맞게 교실 환경을 바꾸고(적소 구축),

내가 신경다양성을 적용하는 인적 자원이 되어서

아이들의 뇌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신경다양성은 교실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미래의 이야기로 기약하지 말고 오늘부터 시작하자.

 학기 동안 매일 아침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좋은 선생님을 찾는 자폐증을 가진 성실하고 귀여운 학생이 있다.

아침마다 교무실 앞에서 “최00 선생님 계세요? 출근하셨어요?”를 10번 이상 큰 소리로 외친다.

날마다 빼놓지 않고 그러기에 그전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신경다양성을 접한 후 그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2학기를 시작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000는 선생님 찾아왔구나. 지금 일하시느라 못 나오시는 것 같은데?”라고 말하니

“그래요?”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전까지 10번 이상 외치느라 목이 아팠을 텐데, 앞으로는 목을 덜 아프게 해 줘야겠다.


앞으로 내가 경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이 작업은 완성되거나 끝이 나지 않고 계속 변할 것이다.

긍정적 내러티브로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새로운 일이 벌어질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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