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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Jun 02. 2022

계절학교를 준비하며 우리가 나눈 이야기

“아! 씨발! 하기 싫다고!”

날카로운 말이 둥지층에 울려 퍼졌습니다.

겨울 방학 계절학교 기간이라 문과 창문을 닫고 있어 다행히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 말을 한 아이를 불러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지금 한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는 굽히지 않았습니다.

“아줌마가 못 하게 하니까 그렇죠!”

제 감정이 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너 자꾸 그러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할 수밖에 없다.”

아이는 저항했습니다.

“그래보시던지요.”

결국 참지 못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너 정말 못 됐구나!”


이 이야기는 제가 상상으로 구성했지만 계절학교 학부모 선생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언젠가부터 계절학교 학부모 모집이 힘들어졌습니다. 계절학교를 맡은 학년의 학부모들이 빈자리를 억지로 채워 며칠을 고생하기도 합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주신 학부모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즐거움보다는 힘듦을 더 많이 느낍니다. 지난 겨울 계절학교가 끝나고 처음 만나는 3학년 반 모임에서 참을 수 없던 감정이 터져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감정을 덜어내고 계절학교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가 한 말들을 지금부터 전하고자 합니다.


먼저 계절학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계절학교는 방학 동안 집에 있는 아이들의 돌봄 공백을 걱정한 선배 학부모들이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누군가 전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돌봄보다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교육’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육을 강조하면 학부모들이 부담스러워 참여를 주저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돌봄을 기본으로 하고 교육을 잊지 말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학부모 교사 모집을 할 때 참여가 저조한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모든 일은 자발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계절학교 담당 학년 학부모가 억지로 떠맡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전 학년, 전체 구성원이 골고루 나눠서 맡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각 학년 학부모 수가 차이 나고 가정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부모 모집을 하고 빈자리는 그대로 둬서 계절학교 방학으로 만들자고 결론 내렸습니다. 만일 다른 의견이 있다면 반모임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운영위에서 안건으로 다루자는 대안도 마련했습니다.


실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처 방법도 있어야 합니다. 계절학교를 할 때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몇몇 아이들과 짧은 시간 함께 하는 것도 이렇게 벅찬데, 선생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시는 거지’라는 속마음이 생깁니다. 왜 아이들이 학부모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지 생각해봤습니다. 학부모 교사가 경험이 적고 기능적으로 부족한 것일 수 있습니다. 또는 친구의 엄마, 아빠이고 아이들이 학부모 교사를 편하게 여겨서 그럴 수 있습니다. 원인이 어떻든 학부모 교사가 아이들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다면 개선이 필요합니다. 계절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학부모 교사,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만나 약속을 정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1) 바른말 사용하기 2) 약속 잘 지키기 3) 어려울 때 학부모와 이야기하기 등이 있습니다.


여름 계절학교를 준비하는 3학년 학부모의 마음이 잘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우리 이야기와 다른 학년의 이야기가 합쳐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계절학교가 계속 잘 운영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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